"우째 올해는 시장 분위기가 예전만 못해"
"우째 올해는 시장 분위기가 예전만 못해"
  • 김광훈
  • 승인 2002.09.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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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옥년 할머니를 통해본 명절 분위기
연신 파를 다듬는 두 손은 흙내음을 머금고 있었다. 5년째 자리를 지켜온 시장 초입 한켠은 망부석의 자태를 담아내고 있었다. 바로 우리네 어머님 모습 그대로이다.

영광읍 새 시장에서 야채 행상을 하시는 이옥년(66세·군남면 설매리) 할머니를 만나 반갑지 만은 않은 추석맞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 보았다.
"아이고 말도 마쇼. 밥벌이 장사는 둘째 치고라도 몹쓸 태풍 땜시 1년 농사 다 망쳤재라."
"파푸리카 하우스 두동이 이번 태풍에 몽땅 날아갔다"며 조용히 내뱉는 말사이로 뿜어 나오는 깊은 한숨은 비단 이 할머니만의 모습은 아니리라.

"우째 올해는 시장 분위기가 예전만 못해. 그래도 추석인디, 요 대목에 쪼까 벌어야 상이나 제대로 차려 질란가 모르겄어."
이번 피해에 대한 정부 차원의 보상 여부에 대해서는 "나가 아는 것이 있어야지…"하시며 말을 아끼신다.

"할머니, 영광21 한테 한소리 해주쇼"
무슨 말을 하겠냐는 듯 손사래 치시는 끝에 조용히 붙이신 "그저 우리 같은 사람 잊지나 말아야"라는 한마디가 가슴 깊이 다가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