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만 풍성하다고 경제가 사는 것은 아니다
말만 풍성하다고 경제가 사는 것은 아니다
  • 영광21
  • 승인 2008.09.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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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위에 가장 많이 오고 간 화두도 역시 ‘경제살리기’에 집중되었다. 도시든 농촌이든 먹고 사는 문제가 큰 화제가 되었다는 게 고향에 모인 사람들의 공통된 이야기였다. 한해 가운데 가장 넉넉하다는 한가위였지만 올핸 유독 살림살이가 팍팍하다보니 명절 보내기가 그리 즐겁지만은 않았다는 푸념도 곳곳에서 들린다. 물가는 오르고 장사는 안 되니 빚만 늘어나고 일자리마저 줄어드니 그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요즘은 다른 때보다 물가 오름세가 심상치 않다. 특히 생활필수품이 전반에 걸쳐 오르고 있어 서민들의 고통이 상대적으로 더 크다. 전기, 가스 요금 인상도 예고되어 있는데 그 폭이 만만치 않다. 전기요금은 8%, 가스요금은 11%를 웃돌 것이라고 한다. 이렇게 오를 경우 쌀값이 한꺼번에 28% 인상되는 셈이라고 청와대는 설명하고 있다. 인상이 불가피하더라도 국민 부담은 최소화해야 한다. 그것이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이달 들어 금융시장을 강타한 ‘9월 위기설’은 결국 근거없는 낭설로 마무리됐지만 환율 변동폭이 커지는 등 우리 금융시장의 취약성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게다가 미국 월가의 대형 투자은행들의 부실로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치면서 그 불똥이 우리에게 튀고 있어서 걱정이다.

문제는 그 후유증이다. 먼저 이들 금융회사에 직간접적으로 투자한 금융회사들은 물론 일반 투자자들도 적지 않은 손실이 불가피해졌다. 당분간 신용경색도 더욱 심해질 것이 분명하다. 참으로 ‘엎친 데 겹친 격’이 아닐 수 없다.

한 집에 4,000만원 꼴인 부채도 우리 경제의 시한폭탄이다. 빚을 내서 빚을 갚는 서민층이 갈수록 늘고 있다고 한다. 물가와 집값, 금리 등을 두루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해결책 마련이 쉽지 않아서 더욱 걱정이다. 문제는 적절한 시기를 놓칠 경우 또 다른 경제위기를 부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어서 마음이 무겁기만 하다.

실업을 포함한 고용문제도 뒤로 미룰 일이 아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하려는 100명 가운데 일자리를 잡은 사람이 4명도 채 안 된다는 조사결과는 취업난의 심각성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취업철이 다가왔지만 젊은이들의 어깨는 축 처져 있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일하고 싶은 사람에게 일자리를 제대로 마련해주지 못하면서 선진국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의 극을 보여주는 것에 불과하다.

국민들의 바람은 소박하다. 땀 흘려 일해서 자식들 가르치고 별 탈없이 살았으면 하는 것이다. 거기에다 작은 집 한채 있으면 더 바랄 게 없는데 그 길이 너무 힘들고 멀어만 보여서 깊은 한숨을 내쉬는 것이다.

대통령은 “경제를 반드시 살리겠다”고 국민들에게 거듭 약속했다. 그러면서 내년말쯤엔 경제가 나아질 거라는 희망을 내보였다. 정부도 물가와 민생안정에 최우선 목표를 두겠다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수차례 다짐했다.

하지만 문제는 실천이다. 지금처럼 단견에 집착해 시행착오를 더 이상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다른 나라도 다 어렵다는 해명만으로는 국민들에게 믿음을 주지 못한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구체적이고 정교한 계획표를 짜서 보여줘야 한다. 국민들은 말의 풍성함보다 작더라도 피부에 와닿는 현실을 더 믿는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박 찬 석 / 본지 편집인oneheart@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