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를 기회로 삼기 위한 지혜를 모아야
위기를 기회로 삼기 위한 지혜를 모아야
  • 영광21
  • 승인 2008.09.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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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조5천억원 규모의 추가경정 예산안이 가까스로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됐다. 지난주에 한나라당이 강행처리를 시도하고서도 무산되는 우여곡절까지 겪었지만 늦게나마 여야합의로 수정된 추경안을 처리한 것은 모처럼 국회가 밥값을 한 꼴이라고 하겠다.

이번 추경안 처리는 새로운 국회상을 내걸고 정책국회를 다짐했던 18대 국회의 위상과 역량을 시험하는 첫 대결장이었다는 점에서 은근히 주목돼 왔다. 그러나 그 처리과정을 지켜본 국민들은 당리당략과 정국주도권 다툼이라는 행태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국회의 구태의연한 모습을 다시 확인하는 기회에 불과해 씁쓸할 뿐이었다.

임기개시 넉달이나 지나서야 겨우 상임위를 구성한 18대 국회는 국회의원 체포 동의안은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난을 사면서도 곧바로 불발시킨 반면 당초 7월1일 실시 목표로 화급성이 컸던 추경예산은 장기간처리를 지연시켜 사실상 직무유기를 한 셈이다. 추석전에 극한대치를 벌였던 여야가 추경안 처리를 계기로 이제부터 국회는 완전히 면모를 일신해야 한다. 9월 위기설이 사라지는가 했더니 미국발 금융대란이 다시 불거져 우리 경제에 불안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하루하루 예측하기 어려운 대내외적 금융위기 상황에서 우리의 정치와 국회가 여전히 옛 자리에 머물러 있다면 이는 시대적 변화요구와 민심에 등을 돌리는 일이 될 것이다.
국회는 우선 글로벌 금융위기에 초당적으로 대처해 하루속히 국민들의 불안을 최소화하는데 앞장서야 할 것이다. 원구성이 늦어지고 추경안을 둘러싼 여야대치가 계속되는 바람에 갖가지 민생입법이 지연됐다. 다음달 초에 있을 국정감사와 예산안심의 등 정기국회의 현안이 산적해 있다. 국회는 더 이상 허비할 시간이 없다. 여야는 물론 국회와 정부가 당장 머리를 맞대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번 추경안 합의처리의 배경에는 그나마 여야가 위기대처에 대한 공통인식이 있었다고 본다. 그 연장선상에서 국회가 상생의 정치로 위기대응에 총력전을 편다면 국민신뢰를 회복하는 기회는 더 빨리 찾아올 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가장 시급한 화두는 ‘어떻게 살아남는가’이다. ‘대마불사’라는 말이 무색하게 미국발 금융위기가 세계를 혼란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100년에 한번 올까 말까한 위기, 천 곳 정도 되는 미국 지방은행의 파산, 추가적인 대형 금융기관의 몰락 등이 예고되면서 이로 말미암은 해일이 지구촌 곳곳을 덮치고 있다.

세계경제동향을 예의주시하면서 그 변화의 방향에 맞춰 대응해나가야 한다. 그 과정에서 정책기조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면 그 요구에 차분히 응하면 될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무능이 검증된 정부의 경제팀을 빠른 시일내에 교체해야 한다. 보다 안정적으로 위기를 관리하고 거시경제와 세계경제 동향에 밝은 경제팀으로 새 진용을 짜야 시장의 불신을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MB노믹스와 함께 이명박 대통령이 한국경제를 위해 한발 물러서야 할 때가 왔다. 바로 지금이 그때다. 적절한 시기를 놓치면 눈 깜짝할 사이에 회복하기 힘든 지경에 이르고 마는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신속하고 지혜로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박 찬 석 / 본지 편집인oneheart@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