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발전소 위주의 전기생산은 이제 그만
핵발전소 위주의 전기생산은 이제 그만
  • 영광21
  • 승인 2012.08.10 11: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국 캘리포니아 해안에서 후쿠시마 핵발전소에서 흘러나온 방사능에 오염된 참다랑어가 잡혔다.
1만㎞ 이상을 방사능 물질에 오염된 다랑어가 이동한 것이다. 이런 추세라면 후쿠시마에서 방출된 방사능 오염수가 10년 뒤면 해류의 흐름을 타고 태평양 전역에 확산된다는 연구결과도 나오고 있다. 사뭇 놀라운 결과가 아닐 수 없다.

후쿠시마 사고가 TV나 신문에 보도되지 않는다고 이 문제가 해결된 것이 아니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를 통해 엄청난 양의 방사성 물질이 대기와 땅과 바다를 오염시켰고 방사능은 생명체에 치명적이라는 점이다. 우리는 이제 어떻게 방사능 오염시대를 살아갈 것인가를 준비해야만 한다.

2011년을 기준으로 볼 때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다섯번째로 많은 핵을 이용한 전기를 생산해 냈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일본은 핵발전소 운영을 차례로 중단하면서 현재 1기만 가동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대로라면 우리가 곧 일본을 제치고 세계에서 네번째로 많은 핵을 통한 전기를 생산할 전망이다.

가장 먼저 가동한 고리1호기는 몹시 불안하다. 1977년 완공된 고리1호기는 2007년 수명이 끝났지만 10년을 연장해 가동하고 있다.

지난 2월9일, 고리1호기는 주전원이 끊기고 비상발전기마저 가동되지 않는 상황이 12분이나 지속됐지만 한수원은 사실을 은폐하기에 급급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책임을 회피하려고 “몰랐다”고만 했다. 그 와중에 한수원 직원들은 핵발전소 납품비리로 22명이 쇠고랑을 차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은 주민들과 합의가 이뤄질 때까지 고리1호기를 가동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7월26일 기자 간담회에서 재가동한다고 발표했다. 이렇게 지역민을 무시하는 안하무인적인 행태는 이제 그만 했으면 한다.

후쿠시마의 교훈을 우리는 제대로 배우지 못했다. 고리1호기 재가동은 지식경제부 장관이 혼자 결정할 일이 아니다. 당연히 국민들에게 물어봐야 한다. 전력수요가 많은 여름철 전력생산 여건이 좋지 않다고 하지만 고리1호기는 우리나라 전체 전력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아주 미미하다. 오히려 국민들에게 고리1호기를 재가동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전기낭비를 줄이고 아껴 쓰자고 호소하는 것이 훨씬 바람직한 방안이다.

그동안 낮은 전기요금 체계를 유지하면서 사실상 전력소비 급증을 방조해 온 주범은 지식경제부다. 전기요금이 기름에 비해 싸다보니 산업계가 전력으로 에너지원을 바꾸고 가정에서도 전기난방 수요가 급증해 겨울에도 전력피크가 발생하고 있다.

이렇게 수요관리의 실패로 벌어진 전력난을 고리1호기 재가동의 빌미로 삼는 것은 무능을 넘어 부도덕한 일이다. 고리1호기의 위험부담을 국민들에게 떠넘기고 핵산업계의 이익만 대변하는 것에 불과하다.

이제 국민들이 지혜를 발휘할 때이다. 산업구조와 삶의 방식을 에너지 저소비 구조로 전환하도록 정부와 정치권에 당당히 요구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서울시의 <원전1기 줄이기 정책>과 45개 기초지자체가 참여하는 <탈핵-에너지 전환도시> 만들기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내가 살고 있는 곳에서부터 에너지 소비량을 줄이고 재생가능 에너지 생산량을 늘여가야 한다.

핵발전소에서 전기를 생산하면 반드시 방사성 물질이 생성된다. 핵전기를 덜 쓰고 싶다면 당장 낭비되는 전력부터 잡아야 한다. 2020년대가 되면 우리나라 핵발전소의 절반 이상이 수명이 끝난다. 이제는 핵전기 소비시대가 아니라 책임시대로 전환해야 한다.

박찬석 / 본지 편집인 oneheart@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