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무가내인 일본 정치권의 속내
막무가내인 일본 정치권의 속내
  • 영광21
  • 승인 2012.09.07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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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부 일본 정치인들의 언행이 차마 눈과 귀를 의심케 하고 있다. 독도가 자신들의 땅이라고 생트집을 잡더니 급기야는 일제강점기 통한의 아픔이던 정신대 문제마저 딴소리를 늘어놓고 있다. 그것도 전현직 총리가 그렇게 하고 있다.

실제로 있었던 일을 왜곡하다 못해 이젠 아예 없다고 부인까지 하는 이런 참담한 억지를 일본이 왜 부리는 것일까? 그들의 내면은 아직도 황군 운운하던 그 시절 군국주의의 망령에 사로잡혀 있는 것일까? 숱한 생각들이 머리에 스쳐지나 간다.

지금의 노다 내각은 소비세 등 국내 정치현안을 제대로 못다루면서 지지율이 바닥을 헤매고 있다. 그러는 동안 아베 전총리 등 극우보수세력은 옛 자민당의 영광을 꿈꾸며 정치적 재기를 노려왔다.

여야 모두 곧 다가올 총선에서 국민적 관심과 지지를 이끌어낼 소재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인지라 독도와 위안부 문제를 끄집어낸 셈이다.

영토에 대한 국민의 일방적 감성을 자극하면서 과거역사의 부채를 쉽게 떨쳐버리려는 뻔한 의도가 담겨져 있다. 떳떳하지 못한 잔꾀이고 비열한 꼼수에 불과하다. 전후 눈부신 경제적 성취를 이뤄냈지만 정치문화나 의식이 따라잡지 못하면서 오늘의 일본이 장기침체에 빠진 것은 아닌지 통렬히 되물어야 할 것이다.

너무 많이 인용되는 비유지만 과거 브란트 서독 총리가 빗속에 꿇어앉아 나치 정권의 유대인 학살을 참회했던 정치지도자의 그 진정성이 독일 통일과 제2의 번영을 일궈낸 정신적 토양이 됐음을 역사는 똑똑히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일본에게 익숙한 고언을 다시 꺼낼 수밖에 없다. 과거를 말끔히 청산하고 자기부담으로 유럽에 평화와 번영의 공동체를 세운 독일을 닮으라는 것이다. 세계가 바라는 대로 국제사회의 보편적 행동준칙을 따르라는 것이다. 이명박 정권도 피해자들을 위해 아무것도 한 일이 없다는 직언을 피해갈 수 없다.
과거에 대해 모른 척 눈감고 책임에 인색한 오늘의 일본은 우리에게도 큰 교훈이 되고 있다.

지난 수십여년간 대일관계에서 눈앞의 이익을 핑계로 우리가 꼭 지켜야 할 원칙과 명분을 소홀히 해왔던 것은 없는지 깊이 들여다봐야 한다. 과거 역사로부터의 날카롭고 매서운 교훈은 오늘의 왜곡을 극복하는 큰 힘이 될 것이다.

외교는 내정의 연장이고 내정은 여론을 반영하며 여론은 눈에 보이는 것만으로 형성된다. 걱정은 애국심과 애국심, 확신과 확신의 충돌이 걷잡을 수 없는 사태로 번지는 것이다. 이번의 사태는 일본이 아시아의 지도적 국가가 될 자격이 있는지 의문을 키운다.

일본은 독일과 달리 1945년 이전의 국가체제가 살아남았고 위안부를 만든 반인도적 범죄가 국내법에서 빠졌으며 국민의 희생을 부각시켜 가해자를 피해자로 둔갑시켰다.

영토문제가 내셔널리즘의 온상이 된 일본의 현실을 직시해야 우리의 정책을 바로 세울 수 있다. 역사에 대한 인식과 영유권 문제는 일도양단식으로 해결할 수 없다. 그렇게 하려면 세계는 싸움으로 일관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원칙에는 단호하되 관리에는 유연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의 동북아 상황은 분명히 위기적이다. 그러나 기회로 바꿀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한중일 모두 얻는 것 없이 잃기만 하는 일을 계속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과거는 고칠 수 없지만 그와 다른 미래를 여는 것은 가능하다.

국익의 공통분모를 찾으면 더불어 사는 길이 열릴 것이다. 오로지 나는 한국이 그 길로 향하는 가교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박찬석 / 본지 편집인oneheart@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