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탄스런 협박논란과 한심한 정치권
개탄스런 협박논란과 한심한 정치권
  • 영광21
  • 승인 2012.09.15 11: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근 안철수 원장의 불출마를 종용하는 협박을 했다는 폭로와 친구 사이의 대화였을 뿐이라는 그 어지러운 주장들 앞에 차라리 분노에 앞서 서글픔을 느낀다.

우리 정치권이 수준 이하인 줄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도 형편없이 질이 떨어지는 저급한 논란을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는가를 생각하면 진저리가 난다.

이런 한심스러운 일들이 되풀이되지 않으려면 문제의 핵심부터 봐야 한다. 파문의 발단이 된 당사자가 얼마나 친한 친구 사이였는지는 사실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아니면 말고 식으로 일단 일을 저질러놓고 문제가 되면 엉뚱한 궤변을 늘어놓는 것이다.

유력 대선후보에 대한 불출마 압박논란은 이미 그 자체만으로도 개인이 아닌 우리 사회의 공통적인 이해에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그냥 지나칠 수 없다.

대선후보의 검증은 그 공익적인 성격상 절차적 타당성과 함께 충분한 근거를 갖춰야 한다. 시중의 소문에 불과했다면 그 저의는 크게 의심받을 것이다.

또 입증책임과 함께 그동안 소문으로만 떠돌던 ‘안철수 파일’과의 상관관계나 불법사찰 의혹 등도 밝혀야 할 부분이다. 야당차원의 진상조사나 국회 국정조사를 추진한다고 하지만 대선 국면이란 성격상 애시당초 속시원한 규명이 이뤄지기를 바라는 것은 무리인 것이 틀림없다.

여당인 새누리당의 전향적인 자세와 협조가 그래서 필요하다. 파문의 당사자가 새누리당 소속이었던 만큼 그렇게 해야 할 최소한의 정치적 책무가 있는 것이다.

이전에 해왔던 식으로 물의를 일으키면 우선 당사자를 내보내고 보는 식은 이제 통하지 않는다. 꼬리만 자르면 된다는 식의 대응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이번 파문이 암시하는 헐뜯기나 편가르기 조짐이 연말 대선에서 나타난다면 어느 쪽이 이기든 그 후유증은 클 것이고 상처만 남게 될 것이다. 상대후보를 뜬소문이 아니라 정당한 근거를 가지고 총체적으로 검증하려면 그 원칙이 자신들의 후보에게도 가감없이 적용되어야 함은 당연하다.

비열한 편법이 아니라 후보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한 비전 등 모든 것을 당당하게 내놓고 검증받아 심판받는 길을 피하려 한다면 대통령후보의 자격이 의심받을 것이다. 그런 준비가 없는 후보는 처음부터 출마를 하지 말았어야 한다.

허울뿐인 가짜 지도자나 그 주변세력은 공익에의 헌신에 앞서 사익도모에 직결된 권력욕이 출마의 진짜 동기여서 나쁜 수단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 아니 유혹이라기보다는 그렇게 길들여졌다는 표현이 옳다.
선한 목적과 적절한 수단의 균형이 무너지면 가짜정치꾼이 득세할 토양이 만들어진다.

이번 논란은 신뢰의 위기에 직면한 새누리당이 당장 무엇부터 솎아내고 바꿔야 할 것인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야당도 마찬가지다. 당내 갈등이 확산되면서 국민들이 정치권에 대한 염증을 느끼게 하지는 않는지 세세하게 검토해야 한다.

또 국민들도 지난 대선에 이명박 후보를 대통령으로 선출해 국민들이 어떠한 삶을 살았는지를 되짚어 보아야 한다.

지도자가 우선으로 삼는 계층이 소수의 힘이 있는 쪽이어서는 안된다. 다수의 힘이 없고 약한 쪽을 우선으로 삼아야 한다. 그런데 이명박 정권은 막강한 권력을 통해 그렇지 않아도 살기 어려운 계층을 철저히 소외하는 정책으로 일관했다.

그 결과 역대 대통령 중에 가장 서민들을 외면한 대통령으로 남게 될 것은 기정사실이다.


박 찬 석 / 본지 편집인 oneheart@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