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대통합으로 가는 험난한 여정
국민 대통합으로 가는 험난한 여정
  • 영광21
  • 승인 2012.12.28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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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 박 찬 석 / 본지 편집인

2012년 대선이 끝났다. 범보수와 범진보간 양 진영이 총결집해 건곤일척의 한판 대결을 벌인 선거였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치러진 5차례 대선에서 볼 수 없었던 모습이다.

독한 말은 창으로 찌르는 것보다 더 깊은 상처를 남겼다. 포연이 가라앉은 땅에 패자는 쓰러져 있고 승자도 피투성이다.

유권자들은 모세가 갈라놓은 홍해 바다처럼 양쪽으로 쫙 갈렸다. 어느 한쪽은 선거 결과 나라가 망조 아니면 재앙의 길로 들어간다고 생각했다. 지난 50여일간의 격렬했던 선거 과정이 그랬다. 패자를 지지했던 많은 사람들은 화병에 걸려 드러누울지도 모른다.

걱정이 크다. 선거전에서의 치열한 쌈박질이 새정부 출범후에도 고스란히 이어져 극심한 국론 분열로 치달은 과거를 겪었기에 더욱 그렇다.

승자는 모든 것을 차지했다. 상처입은 패자 진영을 어루만지기는 커녕 뒤를 캐고 욕보이고 확인사살한 사례도 봐왔다. 패자는 패배를 승복하지 않았다. 쓰러진 것에 분노했고 반대를 위해 반대하며 발목을 잡았다.

이젠 어떻게 수습을 해야 할까. 해법은 다 나와 있다. 선거 과정에서 후보가 약속했던 그대로 지키면 된다. 박근혜 당선자는 ‘100% 대통합’을 외쳤다. “대탕평 인사를 하고 여야 지도자 연석회의를 열겠다”고도 다짐했다.

이번 선거처럼 지역과 계층, 이념과 세대로 갈가리 찢겨 갈등과 대립이 극심했던 적은 없다. 그만큼 대통합은 가장 절실한 과제이다. 통합은 생각이 다른 상대방을 인정하고 존중하는데서 출발해야 한다. 그게 말처럼 쉽지는 않다.

역대 모든 대통령 당선자가 ‘모든 국민의 대통령’을 다짐했으나 이뤄진 적이 없다. 승리한 측이 패자를 진정한 통합을 위한 파트너로 여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패자측은 구색 갖추기용으로 이용만 하려 든다고 의심했다.

박근혜 당선자가 선거가 끝나고서도 지지자와 반대자를 갈랐던 진영논리에 갇히게 되면 나라는 끝없이 반목과 불화를 거듭하게 된다. 당선자의 첫 발걸음은 화병 걸린 절반의 국민을 어루만지고 보듬어 안는 것이어야 한다. 상처받은 반대자의 눈물부터 닦아줘야 한다.

그렇지 않고 자기들끼리 환호하고 숟가락을 들고 북적거리고 패자를 조롱해대면 그들만의 울타리에서 한발짝도 나올 수 없다. 필시 취임 1년도 못가 반쪽짜리 정부를 면치 못할 것이다.

선거는 전쟁이 아니다. 패자 진영은 포로가 아니다. 대선은 향후 5년간의 새 지도자를 뽑는 이벤트일 뿐이다. 패자에 대한 배려가 전제되지 않으면 민주주의 시스템은 유지되지 않는다.

통합을 하려면 우선 소통해야 한다. 수백개의 공약을 내놓았지만 실상 국회가 동의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할 수 없다. 그렇다고 정당을 장악할 수도 없다. 대통령 권력은 더 이상 대권大權이 아니다.

권력위에 시민이 있다고 여기는 시대다. 사람들은 그것을 새로운 정치라고 각성하기 시작했고 그 열망을 가슴속에 담고 있다.

가장 중요한게 공정인사다. 편중된 인사로는 결코 국민 대통합을 이룰 수 없다. 과거 정부는 특정지역, 특정인맥을 중심으로 자리란 자리는 전부 전리품처럼 나눠 먹었다. ‘51 대 49’의 전쟁에서 이긴 불과 2% 차이 승자가 전부를 독식하는 것은 어느 셈법으로도 공정하지 않다. 반발과 분노는 정책으로까지 이어져 지지와 신뢰를 받지 못했다.

새 대통령의 첫번째 국정과제는 탕평인사여야 한다. 이념으로 분열되고 지역으로 나눠진 국민들을 공정인사를 통해 하나로 모아내야 한다. 새정치를 요구하는 질풍노도 앞에서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정치를 펼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