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척도는 경제만이 아니다
행복의 척도는 경제만이 아니다
  • 영광21
  • 승인 2013.04.25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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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아는 어떤 사람이 자살을 했다. 지방세무서장까지 지냈는데 왜 자살을 했을까? 그 사람은 당시 재산을 100억원쯤 갖고 있었는데 주가 폭락 때문에 괴로워하다가 자살을 한 것이다.

미국에 사는 동생이 국내로 들어와 재산을 다 정리하고 보니 당시 남은 재산은 10억원쯤 됐다고 한다. 보기에 따라서는 100억원 가진 사람이 10억원밖에 남지 않았으니 망했다고 할 수도 있다.

또 다른 사람은 마음을 다스리는 모임에 나오던 남자였는데, 시골에서 서울로 올라와서 도시 변두리에 살았다. 보따리 장사도 하고 시장에서 물건도 팔면서 힘들게 살다가 고생 끝에 셋방을 얻었다고 한다. 보통 방을 얻을 때 아이들이 많으면 주인이 싫어하기 때문에 늘 방을 얻으러 갈 때는 애가 없다고 그러고는 이사가는 날, 엄마 치마꼬리 붙잡은 아이들을 데리고 들어가는 것이 거의 관례가 됐던 시절이었다.

계약을 할 때는 애들이 없다고 해놓고는 아이들을 주렁주렁 달고 오니까 주인이 싫어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애들 우는 소리, 시끄럽게 장난치는 소리를 주인이 너무 싫어해서 월세사는 설움이 이만저만이 아닌 삶을 살아야 했다.

남의 집에서 사는 것에 늘 스트레스를 받다가 우연찮게 서울 교외 변두리에 비닐하우스를 지었다. 이제 남의 집이 아니라 자기 집이 생긴 것이다. 비록 허름한 비닐하우스지만 집을 지어 놓고 이사를 간 날 천하가 다 자기 것 같았다고 한다.

더 이상 남의 눈치 볼 거 없고 애들이 맘껏 떠들어도 괜찮으니까 그럴 수밖에 없었을 마음이 나에게도 고스란히 느껴진다.

100만원짜리 집을 하나 지어 놓고는 천하가 내 것 같다는 사람이 있고 10억원이나 남겨 놓고도 망했다고 자살하는 사람도 있는 게 세상살이다.
그래서 얼마의 돈이 있어야 부자인지 절대적인 기준은 없다는 얘기다.

배고픈 사람은 문제해결이 간단하다. 단지 먹을 것만 주면 된다. 돈도 얼마 안들고 해결책도 아주 쉽다. 그런데 너무 많이 먹어서 뚱뚱한 사람은 해결책이 별로 없다. 치료하는데 돈도 엄청나게 들고 굉장히 위험할 수도 있다. 지방제거 수술을 하다가 죽는 사람까지 있을 정도이다.

사실 근본적인 치료는 간단할 수 있다. 안 먹으면 해결이 될 것이다. 적게 먹으면 해결이 될 터인데 기존 습관을 못 고쳐서 병원까지 가는 어리석은 일을 저지르는 것이다. 못먹는 사람이 볼 때는 너무 먹어서 생긴 병을 치료하기는 아주 쉬울 것 같은데 실제로는 그렇지가 않다.

오늘날 우리가 겪고 있는 불행이란 병은 무슨 병하고 비슷할까? 영양실조 병일까 아니면 비만 병일까? 답은 비만에 의해서 생긴 병이다. 이것은 치료하기가 굉장히 어렵다.

오늘날 금융위기 때문에 전세계가 어렵다지만 그중 어느 나라가 가장 어려운가? 바로 미국이다. 그러면 미국이 못살아서 어렵냐 하면 그렇지 않다. 소비수준이 높다 보니 조금만 어려워져도 견디지 못하는 것이다. 중국도 어렵지만 중국 사람들은 원래 가난하게 살았기 때문에 크게 어려운 줄을 모를 뿐이다.

결국 우리 삶이 힘든 것은 경제 탓이 아니다. 어렵다, 어렵다 해도 30년전인 1980년대와 비교해 보면 지금 타고 다니는 차가 그때 차보다 좋은지 안 좋은지만 살펴봐도 답이 딱 나온다.

많은 사람들이 힘들다고 하는데 예전에 비하면 지금의 살림살이는 훨씬 나은 편이다.
지금 죽는다고 난리를 피우지만 그것은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따라서 이 문제는 경제적인 측면에서 풀려고 하면 결코 풀 수 없다.

박 찬 석 / 본지 편집인oneheart@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