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365일 언제나 사명감을 가지고 일해”
“1년 365일 언제나 사명감을 가지고 일해”
  • 영광21
  • 승인 2013.05.02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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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관 / 전 우편집배원

요즘은 스마트폰, 인터넷 등 통신·전자기기가 발달해 예전처럼 우편집배원들이 전하는 손편지를 기다리는 간절함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그러나 세상이 아무리 변했다한들 우편집배원들은 자신들의 위치에서 묵묵히 일하며 우리에게 따뜻한 이웃의 정을 배달한다.

옛날 우편집배원은 군대에 간 아들의 편지를 가져다주는 고마운 사람이고 자질구레한 일들을 대신 도와주는 만인의 손과 발이었다. 6년전 퇴임한 이성관(65)씨도 지역민에게 신뢰를 주는 믿음직한 우편집배원이었다.

“지금은 정년이 또 늘어난다는데 억울해도 어쩔 수 없죠”라며 선하게 웃는 모습을 보니 그에게서 우편물을 전해 받던 사람들은 ‘기분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씨는 “예전에는 우편물 배달뿐만 아니라 은행예금, 주민등록등본 등 서류발급, 통장정리도 해서 가져다주곤 했다”며 “지금 생각해 보면 나를 믿고 ‘돈을 통장에 넣어달라’고 맡겨 준 것이 고맙다”고 웃는다. 교통이 불편해 소재지까지 나가기 힘들었던 사람들이 이씨에게 온갖 부탁을 한 것.

귀찮은 일이었을 텐데 이씨는 기꺼이 주민들의 손과 발이 돼 주었다.

이씨는 언제나 아침 6시면 아침식사를 하고 집을 나섰다. 그 덕에 아내인 문상임씨도 덩달아 30년이 넘는 세월동안 새벽밥을 지어야 했다. 또 이씨의 직업이 자전거나 오토바이를 타고 온 동네를 돌아다녀야 했기에 사소한 사고부터 큰 사고까지 다치는 경우도 더러 있어 이씨가 출근하면 걱정을 떨칠 수가 없었다.

문씨는 “퇴직하고 나니 새벽밥을 짓지 않아도 되고 비오고 눈오면 행여나 사고날까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니 시원하더라”고 웃으며 말한다.

실제로 우편집배원으로 일하면서 크고 작은 사고도 여러번 겪었다. 눈길이나 빙판길에서 넘어지기가 부지기수였고 느닷없이 나타난 자동차에 치이는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이씨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성실하게 맡은 일을 했다. 예전에는 길이 지금처럼 포장도로가 아니어서 날이 좋지 않은 날에는 장화를 신고 자전거를 머리에 이고 우편물을 배달하기도 했다는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들려준다.
이씨는 “우리는 최악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언제나 사명감을 가지고 일을 했다”며 “궂은 날씨에도 우편물 배달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피곤하지만 그때의 뿌듯함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고 회상했다.

누구보다 직업에 사명감을 가지고 열정적으로 일했기 때문에 퇴직후 아쉬움과 그리움도 더욱 컸다.
이씨는 퇴직후 바로 그의 고향인 묘량면 운당1리에서 농사를 지으며 마을 이장도 맡아 여전히 바쁘게 살고 있다. “농사일이 힘들기는 하지만 열심히 해 보련다”고 웃는 이씨.

그는 후배들에게 “사명감을 갖고 꾸준히 노력하면 보람을 느낄 것”이라고 전했다.

이서화 기자 lsh122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