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구태를 떨치지 못하는 국회
여전히 구태를 떨치지 못하는 국회
  • 영광21
  • 승인 2013.05.09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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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국회는 언제쯤이나 선진화될 수 있을까? 쇄신국회를 표방하며 출범한 19대 국회 역시 구태를 벗지 못하고 있다. 추가경정예산안이 본래 취지를 일탈하고 있다. 정부의 졸속편성도 문제지만 국회 심사과정의 부실이 더 큰 문제다. 추경은 17조3,000억원 규모이다. 경제를 살리기 위한 나라의 빚이다.

여기에 선심성 지역구 민원사업이 끼어들고 있다. 표밭을 의식한 이른바 ‘쪽지예산’이다. 대부분이 불요불급한 것들이다.

정치권은 입만 열면 국민과 정치쇄신을 외쳐댄다. 허언이라는 지적에 할 말이 없어 보인다.

추경안 세부사업 220개 가운데 3분의 1정도가 문제가 있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정부의 부실한 추경안을 국회는 심사과정에서 바로 잡아야 한다. 그런데 국회가 한술 더 뜨고 있다.

국토교통위원회가 지역구 민원성예산 등 4,300억원을 증액시키려다 무산됐다. 소위 쪽지예산이 문제가 됐다. 진통 끝에 일부를 삭감했지만 고질적인 관행이다. 지역구사업이라고 해서 무조건 안된다고 할 순 없다. 그러나 타당성과 시급성, 필요성 등이 있어야 한다.

국회는 생색내기용 지역구예산을 챙기기 위해 혈안이다. 일본의 총리가 한 망언 등 국가적으로 급박한 현안엔 별 관심이 없어 보인다.

국회 본회의장이 텅 비곤 한다. 이런저런 이유로 많은 의원들이 자리를 비운다. 정족수 부족으로 안건을 상정하지 못할 때도 있다. 지난 주말 예산결산위원회가 열렸다. 위원 50명 가운데 6명만 자리를 지켰다.

출석률이 저조하자 국회 부의장이 의원 출석을 부르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헌법기관으로서의 책임의식은 아예 없어 보인다.

이런 가운데 민주통합당이 새로운 출발을 시작했다. 새 대표를 뽑았고 당명도 민주당으로 바꿨다. 비주류인 김한길 의원이 큰 표차로 당선됐다. 계파나 세력이 없는 후보가 이겼다는 의미가 가볍지 않다.

4명의 선출직 최고위원에도 주류인 친노인사는 한 사람도 없다. 호남과 친노를 주축으로 한 민주당에 일단 변화의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 그 계기가 대선 이후에 빠져온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는 변화로 연결될 수 있을지가 주목된다.

당장은 당내화합과 계파주의 청산이 시급하다. 김한길 대표는 친노나 비주류의 명찰을 쓰레기통에 던지자고 역설했다.

계파에 관계없이 인재를 쓰는 대탕평도 약속했다. 권한위임과 상향식 공천제로 당내 민주화를 이루고 생활밀착형 과제에 집중하는 민생형 정책정당으로 갈 것을 다짐했다. 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문제는 실천으로 옮길 수 있느냐는 것이다.

정치현실이 안팎으로 녹록하지 않기에 더욱 그렇다. 계파의 뿌리가 구조적으로 깊은 것도 문제이다. 민주당이 중도우파가 되는 것을 거부하는 의원도 적지 않다.

정치권의 크고 작은 이해관계의 엇갈림은 늘 계파의 요인이 된다. 어떤 의미에서는 내편끼리 세력을 형성해야 하는게 정치의 생리이기도 하지만 그 정도가 심한 것이 문제이다.

밖에서는 안철수 의원이 민주당 진로의 변수로 작용한다. 여전히 대선후유증으로 갈 길을 모르는 심리들이 새로운 정치지형을 갈망하고 있다. 안철수 의원과의 치열한 혁신경쟁이 전망된다. 그 향배에 민주당의 부침이 달려있고 신당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여관계의 설정도 어려운 과제이다. 정권초기 힘이 있는 여당의 독주를 견제해야 하고 여기에 야당의 존재감과 선명성이 달려있다. 국가안보나 민생현안 앞에선 초당적, 대승적 협력도 중요하다. 무엇보다도 균형감이 중요하다. 결국 정확한 민심읽기에 따른 정치혁신이 관건으로 보인다.

박 찬 석 / 본지 편집인oneheart@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