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앓는 장모님도 내 어머님”
“치매앓는 장모님도 내 어머님”
  • 영광21
  • 승인 2013.05.23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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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용복 / 군남면 백양1리

지난 2월 친자식도 아닌 사위가 치매에 걸린 장모를 지극히 모셔 각종 언론에서 그의 남다른 효성에 주목했다. 사연의 주인공인 전용복(56)씨는 밭에서 일을 할 때나 쉴 때에도 항상 장모인 김순님(85)씨의 곁을 떠나지 않는다.

전씨가 사는 군남면 백양1리의 김윤섭 이장은 “마누라 없이 사위가 장모를 모신다는 것도 어려운데 치매에 걸린 장모를 시설에도 보내지 않고 지극히 모신다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없는 어려운 일이다”고 말한다.

옆에서 그 말을 듣고 있던 장모 김순님 어르신도 “암요. 누가 시켜서도 못하고 아무나 못할 일이지요”라고 사위를 칭찬했다.
전씨는 대전에서 살다가 8년전 뇌출혈로 쓰러진 아내의 건강을 위해 그녀의 고향이자 장모인 김 어르신이 살고 있던 이곳을 찾았다. 그러다 3년뒤 아내는 49살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전씨는 “또 그이야기를 하려하니까 슬퍼지려고 한다”며 “그나마 처가댁 다른 형제들보다 우리 아내가 제일 오래 산 셈이다”고 털어놨다.
김 어르신은 전씨의 아내를 포함해 6남매를 키워냈지만 이상하게도 모두 젊은 나이에 병을 얻는 등의 이유로 세상을 떠났고 사위인 전씨만 남았다. 김 어르신은 자신의 사연 많은 인생을 “자식을 못 낳아서 시댁에서 쫓겨났다”고 표현했다.

전씨는 “밥을 했는데도 밥이 항상 없고 어떤 때는 쌀이 밥통에 그대로 담겨져 있기도 했다”며 “당시에는 치매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하다 저녁이면 자꾸 집에 간다고 방문을 열고 나가는 등 증세가 점점 심각해져 병원을 찾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후 김 어르신이 치매를 앓는 것으로 진단받으면서 전씨는 한순간도 장모의 곁을 떠나지 못했다. 그래서 그때부터 1년 365일 항상 논밭에서 일을 하거나 어딜 가던지 김 어르신을 등에 업거나 휠체어에 태워 다닌다. 전씨가 잠깐 눈이라도 떼면 김 어르신은 어김없이 사라지거나 뜻밖의 일을 벌려놓기 때문이다.

전씨는 “오죽하면 기저귀도 사다놓고 ‘제발, 어디 가시지만 않고 집에만 있어주기’를 바랄뿐이다”며 “5분도 혼자 두고 집밖에 못나갈 정도로 심각해 한번씩 힘들기는 하지만 연세가 드실수록 증상이 심해져 걱정도 점점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전씨는 김 어르신을 요양시설로 보낼 생각이 전혀 없다. 과거 아내와 살았던 추억으로, 사위를 유난히 아꼈던 김 어르신에 대한 고마움으로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는 세월을 지나오고 있다.

이런 그를 보고 주변에서는 “자식도 못할 일이다”며 시설에 보낼 것을 권유하지만 전씨는 “돌아가실 때까지 사위로써 최선을 다해 모시는 일밖에 다른 길은 생각해 본적 없다”며 고집스럽게 버티고 있다. 그의 고집스러운 효심이 우리들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이서화 기자 lsh122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