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각발이라는 말을 알고 있는가?
딸각발이라는 말을 알고 있는가?
  • 영광21
  • 승인 2013.08.22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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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가 드신 분들은 대부분 ‘딸각발이’란 옛 말을 알 것이다. 본래 비가 오는 날 신는 신을 맑은 날에도 신고 다녀 딸각딸각 소리가 났다는 얘기에서 유래된 말이다. 이 단어는 가난한 선비를 상징한다. 하루가 멀다하고 연이어 터져 나오는 비리와 부패의 홍수 속에 모처럼 현대판 ‘딸각발이’가 있어서 우리를 흐뭇하게 하고 장안의 화제가 되고 있다. 청렴의 대명사 조무제 전대법관 이다.

조무제 전대법관은 20년전 공직자 첫 재산신고 때 6,400만원을 신고했다. 고위 법관 100여명중 꼴찌였다. 이때부터 월급을 쪼개 틈틈이 모교에 발전기금으로 기부한 돈이 8,000만 원이 넘었다. 장관급인 대법관 시절에는 보증금 2,000만원의 원룸에 살면서 전용차량도 마다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했다.

대법관을 마치고는 주변의 권유를 뿌리치고 부산 모교로 내려가 후진양성에 매진하고 있다. 이번에는 부산법원에서 조정위원을 하면서 “하는 일에 비해 수당이 많다”며 수당을 절반으로 깎았다.

그런 사람이 또 있다. 역시 대법관을 지낸 김능환 전중앙선관위원장이다. 퇴직과 동시에 부인이 운영하는 동네 편의점에 정착했다. 한겨울에 두툼한 외투를 걸치고 손님을 상대했다. 그를 옆에서 지켜보는 부인은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삶 뒤에는 가족의 이해와 희생도 컸을 것이다. 돈보다 명예를 지키는 일은 혼자서 하기에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만한 경력이면 수십억원의 연봉을 받을 수 있는데도 그것을 뿌리친 이들의 선택은 신선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조선시대 500년 동안 청백리는 250명 정도 손꼽힌다. 드러나지 않은 사람도 많이 있을 것이다. 그들의 정신을 묵묵히 이어 가고 있는 조무제, 김능환 전대법관은 모두의 귀감이 되고 있다. 가난이 무능으로 치부되는 세태에서 그래도 우리 사회가 희망이 있다는 안도감을 주고 있다. 그래서 이들의 존재가 더욱 빛이 난다.

그러나 지금 이 나라의 정책을 만들고 집행하는 정치인들과 관리들은 어떠한가? 자신들의 이익만을 좇고 국민들의 아픔은 아랑곳하지 않고 있어서 문제다.

그중에서 최악은 현오석 경제팀이 마련한 현 정부의 2013년 세법개정안이다. 예년과는 달리 앞으로 5년간의 중장기 조세정책 방향의 큰 그림까지 발표했는데 함량미달이다. 그냥 함량미달이 아니라 아주 심한 함량미달이다. 국정과제 추진에 필요한 재원마련을 위해 작년에 20.2%였던 조세부담률을 2017년까지는 21% 내외로 조정한다는 방향이다.

이번 개정안의 큰 줄기는 중산층과 고소득층의 세금부담을 늘려 그 혜택을 저소득층으로 흘러가도록 조정했다는 점이다. 또 오랜 논란거리였던 종교인 소득에 대한 과세도 2015년부터 시행된다. 그동안 세금을 물리지 않았던 10억원 이상 고소득 농민에게도 세금을 부과한다. 증세 대신 기존의 비과세·감면제도의 상당수를 폐지하거나 축소한다.

이에 따라 신용카드 소득공제율이 15%에서 10%로 줄어든다. 과세대상도 늘어난다. 미용목적의 성형수술에 대해 부가세가 신설된다. 현금 영수증 의무발급 대상도 현행 30만원에서 10만원으로 낮췄다. 발급대상을 늘려 빈틈없는 과세를 하겠다는 의지이다. 이런 내용이 국회를 통과하면 2조 5,000억원의 세수가 늘어난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에 대해서 노동자들은 불만이 아주 높다.
이른바 ‘중산층 죽이기’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여론에 좀 더 귀를 기울여 ‘나눔의 미덕’이 핵심인 공평하고 원칙이 있는 세법개정이 정착되기를 기대한다.


박 찬 석 / 본지 편집인oneheart@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