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아픔을 보듬기 위한 갈등해소 절실
국민의 아픔을 보듬기 위한 갈등해소 절실
  • 영광21
  • 승인 2013.08.29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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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은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나 항상 존재한다. 칡과 등나무라는 한자어로 표기하는 ‘갈등’이란 복잡하게 얽혀 풀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밀양 송전탑과 제주 해군기지 건설, 핵발전소 문제 등에서 보듯이 우리 사회는 갈등의 골이 깊고 넓어지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가 내놓은 보고서에 의하면 한국의 사회갈등 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7개 회원국 가운데 두번째로 심각하다고 한다. 4년전 조사보다 두 단계나 더 떨어진 것이다. 사회갈등에 따른 비용도 1년에 최대 246조원이나 든다고 추정했다.

한국의 사회갈등지수가 10%만 낮아져도 1인당 GDP가 최대 5% 이상 늘어난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한 사람이 1년에 1,300달러 가까이 소득을 높일 수 있다는 얘기다.

최근 우리 사회의 갈등은 경제적 이해관계와 이념대립 등 모든 분야에서 날카로워지고 있다. 공개된 자리에서는 말하기가 꺼려질 정도다. 상대방을 설득하고 타협이나 포용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우리 사회의 이러한 갈등지수를 효율적으로 관리하지 못할 경우 국가 경쟁력이 약화되고 지속적인 발전을 꾀할 수가 없게 된다. 국민들이 느끼는 행복감도 당연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프랑스의 경우를 보면 5개 갈등관리기구가 사회적 이슈에 대해 계획수립과 여론 수렴, 분쟁 가능성, 사후관리 등 단계별로 갈등을 관리한다고 한다. 20세기초 세계 5대 부강한 국가에 속했던 아르헨티나는 갈등 관리를 잘못해 쇠락의 길을 걷게 됐다.

갈등해소와 대안 마련에 미숙한 우리에게 아르헨티나는 좋은 반면교사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국정원 댓글사건에 대한 국회의 국정조사가 큰 아쉬움만 남긴 채 끝나게 됐다. 똑같은 사안을 놓고도 여야의 해석은 완전히 달랐다. 정쟁이 난무하는 가운데 진실은 묻혀버린 것이다.

이렇게 된 데는 여야 모두 책임을 피해갈 수 없다는 지적이 대부분이다. 국정조사를 이끌어낸 민주당은 준비가 부족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여당의 적극적 방어는 예상된 일이었다.

그럴수록 사실에 바탕을 둔 논리적 추궁으로 진실을 밝혀낼 준비를 보다 철저히 했어야 했다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국정조사의 본질을 망각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행정부에 대한 견제장치로 도입된 국정조사에서 오히려 변호인 역할에 몰두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증인은 진실만 말하겠다는 선서를 거부하기도 했다. 결국 검찰 수사에서 한발짝도 나가지 못해 또 하나의 실패한 국정조사로 기록되게 됐다.

국정원과 관련된 논란은 하루속히 정리하고 넘어갈 사안이다. 지금 서민들은 전월세 대란에 아우성이고 신흥국의 금융위기는 어디로 번질지 모르는 상황이다. 이른바 원내외 병행 투쟁을 재차 다짐한 민주당은 나름대로 이유는 있겠지만 국회 정상화를 진지하게 모색해야 한다.

집권당인 새누리당과 청와대는 야당의 퇴로를 열어줘야 한다. 청와대는 야당과 대화를 주저해서는 안된다. 청와대가 정치를 초월해 존재할 수는 없다. 남북대화도 진전이 있는 마당에 여야 대화를 못할 이유가 없지 않는가? 상대방이 백기를 들고 투항하기만 기다리는 건 해결책이 될 수가 없다.

정기국회가 이제 겨우 1주일 남짓 남았다. 그동안 쌓인 민생 법안 처리, 결산심사, 국정감사, 새해 예산안 심사 등 올해 남은 4개월 동안 할 일이 태산처럼 쌓여 있다. 청와대와 여야 정치권의 대화가 성사돼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찾아 국민들의 아픔을 씻어주는 정치가 복원되기를 소망한다.

박 찬 석 / 본지 편집인oneheart@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