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넉넉하지는 않아도 평생 정직하게 살아”
“넉넉하지는 않아도 평생 정직하게 살아”
  • 영광21
  • 승인 2013.08.29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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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막동 / 전 영광군수화통역센터장'

“요즘은 조그맣게 농사를 지으면서 살고 있습니다.”
수화통역센터 사무실에서 수화통역사의 도움으로 황막동(64) 전 영광군수화통역센터 지부장을 만날 수 있었다. 지부장을 맡던 때와는 달리 편한 옷을 입은 황 전지부장은 딱 인상 좋은 시골 아저씨의 모습이다.
황 전지부장은 “오랫동안 농아인협회의 이사로 활동했지만 학교에 다닌 적이 없는 무학으로 무슨 일을 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컸다”며 “그러나 지부장을 맡고 나서부터는 주변의 많은 도움으로 어떤 일을 해결할 수 있게 됐고 자신감도 생겼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렇게 지부장으로 일한 지난 2년을 돌아보며 황 전지부장은 자신의 어려웠던 60여년의 인생살이를 꺼냈다. 황 전지부장의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백수읍의 한 가정에서 형과 누나를 둔 막내로 태어났다. 그러나 그는 열두살 때 아버지를 잃고 그 다음해에는 어머니마저 잃었고 형과 누나들은 모두 타지로 나가 혼자 살아야만 했다.

황 전지부장은 “어렸을 때부터 가족은 물론 친척도 전혀 없어 이불도 없이 혼자 살면서 마을사람들에게 먹을 것을 얻어서 먹고 다녔다”며 항상 춥고 굶주렸던 어린 시절을 회상했다.

밥도 제대로 먹기 힘들었던 때 못배운 것은 당연했고 수화라는 언어가 있다는 것을 알기 전에는 사람들의 입모양과 눈치로 그만의 의사소통을 익혔다.
 


그러다 20대 초반 수화와 문자를 알게 됐고 새로운 세상을 알게 된 것. 이후 지금의 부인을 만나 4남1녀의 다복한 가정을 꾸렸다.
황 전지부장은 “산에서 나무를 베어다가 팔고 빗자루 등을 만들어 팔아 허름한 집을 사고 밭을 사고 점점 재산을 늘렸다”며 “스스로 배우지 못한 것에 대해 아쉬움이 남아 자식들이 공부를 할 수 있게 하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고 또 보람됐다”고 말했다.
 


아무것도 없이 오로지 몸으로 세상을 살아가고 가정을 꾸리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황 전지부장은 ‘진실되게 살아야 한다’는 신념으로 성실하고 부지런하게 살아왔다. 자녀들에게도 ‘거짓말을 하면 안 된다’, ‘남의 것을 탐내서는 안된다’ 등을 귀에 박히게 교육했다.

이러한 그의 가치관은 수화통역센터의 지부장으로 일하면서도 똑같이 실천하기도 했다.
정신없이 열심히 살며 자식들을 키워낸 것이 보람되지만 돌아보니 자신이 너무 늙어서 조금 슬프다며 웃는 황 전지부장.

평범하지만 부지런한 땀과 정직함으로 점철된 그의 특별한 인생에 감히 존경을 표한다.
이서화 기자 lsh122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