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부족하게 사는 것이 더 행복하게 사는 것”
“조금 부족하게 사는 것이 더 행복하게 사는 것”
  • 영광21
  • 승인 2013.09.26 11: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황대권 / 작가, 환경운동가

지난 13일 영광공공도서관에서 9월 독서의 달을 맞아 황대권 작가를 초청해 강연을 열었다. 작가의 이름은 다소 낯설지 몰라도 그가 쓴 <야생초 편지>라는 책은 누구나 한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10여년전 출판돼 100만부가 넘게 팔릴 정도로 화제가 됐던 <야생초 편지>는 황 작가가 간첩죄를 뒤집어쓰고 감옥에서 13년이 넘게 무기수로 생활하면서 만난 야생풀들에 대해 쓴 편지글을 모아놓은 책이다.

황 작가는 서른 살이 넘도록 고등학교, 대학교, 미국 유학까지 실패하지 않은 인생을 살아오다 간첩단 사건에 휘말리면서 ‘삶이 의지대로 살아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갑자기 들이닥친 억압과 폭력에 끝없이 절망하고 좌절하다 비로소 발밑에 하찮은 풀에 불과했던 야생초를 들여다보고 친구가 된 것이다.

황대권 작가는 “고문에 못 이겨 스스로 간첩이 돼 무기수로 독방에 몇년을 있으면서 절망하고 난동을 부리고 그러다 어느 날은 머리가 텅 비었다”며 “오랜 수감생활을 하며 쇠약해 질대로 쇠약해졌는데 감옥 안에는 병원도 없고 약국도 없어 별수 없이 약으로 야생초를 뜯어 먹기 시작했다”고 회상한다.

이렇게 살기위해 찾은 야생초가 그를 정말 살 수 있게 해준 친구가 됐고 그의 가치관도 인생의 방향도 송두리째 바꿔놓는다.
조그만 풀 한 포기에서 커다란 생명의 힘을 느끼고 그저 작은 생명체에 불과한 모든 인간들이 경쟁에 빠져 더 많이 갖고 더 많은 사람을 딛고 올라서려하는 교만을 보게 된다. 제 아무리 잘났다 하는 인간이라도 결국은 야생초와 같은 조그만 생명체일 뿐이라는 깨달음이다.


그래서 황 작가는 “조금 덜 갖고 더욱 행복하게 살아라”고 강조한다. 실제로 한 유명학자의 연구에 따르면 생활수준이 높아진다고 행복도도 높아지는 것이 아니라 일정해 진다고 한다. 이를 근거로 황 작가는 “더 얻으려고 몸부림치는 시간에 나를 위해 더 시간을 투자하고 행복해져라”며 “결국 인간의 삶의 목표는 행복하게 사는 것 아니겠냐”고 반문한다.

그도 그러한 삶을 실천하며 태청산 자락의 생명평화마을을 일구고 자연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생명과 평화를 존중하는 삶을 살겠다는 그의 의지다. ‘힐링’이 유행이 되버린 우리네 각박한 세상살이에 황대권 작가는 쉽지만 어려운 숙제를 던진다.

“화려한 꽃을 피우는 야생초라도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렇게 소박할 수 없다. 생존을 위한 몸부림은 있을지언정 남을 우습게 보는 교만은 없다. 크건 작건, 못생겼건 잘생겼건 타고난 제 모습의 꽃만 피워내는 야생초로부터 배워야 할 것이 많다.”
이서화 lsh122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