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대학이 건상한 노년을 선물해
노인대학이 건상한 노년을 선물해
  • 영광21
  • 승인 2014.04.03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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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호 / 초대 묘량노인대학장

“노인대학이 건강한 노년을 선물해”“연산군때 진주강씨, 창녕조씨, 검산김씨, 광주이씨 일가가 정치사건에 연루돼 동시에 영광지역으로 유배를 왔어. 연산군이 어렸을 때 진주강씨 집에서 잠시 살았던 것이 인연이 돼 집안을 몰살시키지 않고 영광으로 유배를 보냈던 거지. 의형제처럼 결연을 맺어 사이가 좋았던 나머지 세집안도 함께 말이야. 그래서 영광에 4개 성씨가 많아.”

이근호(72) 어르신의 ‘성씨’에 얽힌 재미난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른다.
묘량지역에 사는 40여개 성씨의 시조와 행적 등을 밝혀서 <묘량세거성별록>이라는 책을 내기도 했다는 이근호 어르신은 “내가 낸 책을 보고 자기 시조가 누군지도 몰랐던 사람들이 덕분에 뿌리를 알게 됐다고 인사를 한다”고 말하며 웃는다.

묘량면 운당리에서 태어나 농사를 지으며 살아오고 있는 이 어르신은 4·5대 묘량농협 조합장을 역임했다.
묘량농협 조합장을 지내며 결혼식을 올리지 못했던 지역주민들을 위해 전국 농협 최초로 합동결혼식을 진행했다. 또 가까운 곳으로 신혼여행을 떠날 수 있도록 경비도 지원하고 화목한 가정을 꾸리라는 뜻에서 돼지 한마리씩을 선물했다.

이 어르신은 “당시 9쌍을 결혼시켰는데 지금도 잘 살고 있는 모습을 보면 정말 기분이 좋다”며 “몇몇 사람들은 나를 아버지라고 부르기도 한다”고 전한다.
현재 이 어르신은 묘량노인대학의 초대학장으로 누구보다 열의를 갖고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있다.
이렇다 할 취미생활이 없는 시골에서 노래교실과 웃음치료 뿐만 아니라 효도관광을 떠나는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노년이 활기차고 건강해졌다.

이 어르신이 건넨 올해 노인대학 운영계획서는 볼펜으로 썼다 지웠다를 반복한 통에 꽤나 지저분하다. 이 지저분한 종이 한장이 이 어르신의 노인대학에 대한 욕심이 그만큼 크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이 어르신은 “묘량노인대학이 2010년 처음 생겼을 당시에는 학생모집이나 강사 초빙하는 것 등에 어려움이 컸다”며 “당시 황진옥 전면장과 주위 사람들의 도움으로 지금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고 자랑한다.

이 어르신도 꾸준히 등산을 즐기고 분재를 키우며 알찬 노년을 보내고 있다. 얼마 전에는 마을의 친환경농법을 주도해 정착하게 한 고 이만식 이장을 기리는 공적비 건립을 추진했다는 이 어르신.
나이가 많고 적음을 떠나 배움을 게을리하지 않고 고마운 사람은 그냥 지나치지 않는 이근호 어르신이야말로 참 어른이 아닐까.
이서화 기자 lsh122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