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불감증에 중독된 대한민국
안전불감증에 중독된 대한민국
  • 영광21
  • 승인 2014.05.01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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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홍원 국무총리가 갑작스럽게 사퇴의사를 밝혔다. 세월호 침몰 현장에서는 기상악화로 수색작업이 난항을 겪고 아직도 90여명이 실종자로 남은 상황이기에 뜻밖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야당에서는 무책임하고 비겁한 회피라고도 했다.

정 총리는 더 이상 국정운영에 부담을 줄 수가 없어서 사퇴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은 지금 가장 시급한 것은 구조작업과 사고 수습이라며 사퇴서는 사고 수습 이후 수리하겠다고 밝혔다. 이제는 총리사퇴 시기와 개각의 폭이 어떻게 되느냐가 현안이다.

국민들은 세월호 침몰사고 그 이전과 수습과정에서 공직사회의 무능과 무책임을 봤다. 또 우리 사회 곳곳에 깊숙이 뿌리내린 부조리와 부패도 드러났다. 청와대의 인식도 국민의 생각과 별 차이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은 “현장에 가보니 공무원들에 대한 불신이 너무 컸다”며 “헌신적으로 근무하는 공무원까지 불신하게 만들고 자리보전을 위해 눈치만 보는 공무원은 이 정부에서 반드시 퇴출시킬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또 반드시 단계별로 철저히 규명해 무책임과 부조리, 잘못된 부분에 대해 강력히 책임을 묻겠다고도 했다.
국민들은 세월호 침몰사고 이전과 이후로 시대를 구분할 정도로 안전한 나라를 위한 국정쇄신을 요구하고 있다. 또 총리 혼자만의 사퇴 또는 대폭 개각이 아닌 국가 개조를 이끌 쇄신이 이뤄지길 바라고 있다.
안전한 나라는 선진 일류국가보다 우선이다.

실종자 구조와 사고 수습을 돕는 일에는 정파와 이해를 떠나 하나가 돼야한다. 또한 제2의 세월호 비극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안전한 나라 건설을 위해 잘못된 인식과 제도, 관행을 뜯어고치는 일에 함께 나서야 한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당면한 선거를 의식한 선거용 쇄신이나 구호는 진정한 국정 쇄신을 가로막는 일이 될 것이다.

여객선 세월호 침몰사고 임시 합동분향소 운영 엿새째인 28일 이른 아침부터 봄비가 짓궂게 내렸다. 아니 하늘의 눈물이다. 희생자들의 영혼이 뿌린 한이 피와 같은 눈물을 쏟아 부은 것이다. 그 아픔을 아는 조문행렬은 비를 맞아가면서도 끊임없이 이어졌다.

수많은 사상자를 낸 세월호 침몰 참사가 대한민국을 충격에 빠뜨렸다. 우리 사회의 안전불감증과 책임회피가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위급상황때 승객구조의 1차 책임이 있는 선장과 선원들은 많은 승객을 배에 남겨둔 채 먼저 탈출했다. 초동 대처에서부터 사고 수습까지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에 허점도 드러났다.

정부의 구조방식과 발표도 오락가락 하는 등 문제가 많았다. 구조한 사람을 한때 200명 이상 줄여 발표했고 탑승객 숫자도 계속 바뀌었다. 실종인데 구조됐다고 했고 심지어 사망자 신원을 잘못 확인해 시신이 잘못 인계되기도 했다. 이런 주먹구구식 대응이 혼란을 부추기고 가족의 상처를 더 키웠다. 결국 공무원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졌다. 또 자극적인 언론보도와 정치권의 막말, 인터넷을 통한 유언비어로 국민 모두에게 상처를 줬다.

세월호 참사는 초동대처와 위기대응 능력의 중요성을 보여준 사고였다. 최선의 구조작업만이 비겁한 어른들이 저지른 잘못에 대한 최소한의 속죄일 것이다. 이런 참사를 막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에 쌓인 폐단과 비리는 물론 만연한 안전불감증을 확실히 바로 잡을 수는 없을 것이다.
이렇게 참혹한 사고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혼신의 힘을 기울여야 함은 당연하고 황당한 사고로 국민들의 가슴에 아픔이란 비수를 꽂지 않았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다.
박 찬 석 / 본지 편집인oneheart@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