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에서 교직생활 마무리해 보람”
“고향에서 교직생활 마무리해 보람”
  • 영광21
  • 승인 2014.05.09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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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영 / 홍농초등학교장

“지난 38년여의 교직생활동안 고향의 교육발전을 위해 봉사할 수 있어서 나에게는 큰 영광이었습니다.”
올해 8월 정년퇴직을 앞둔 홍농초등학교 정지영(63) 교장의 교직인생을 한눈에 들여다볼 수 있는 무게가 느껴지는 소회다.

군서면 덕산리 출신인 정지영 교장은 광주교육대학교를 졸업하고 1977년 교직에 입문했다. 첫 발령지였던 군남 대창초등학교를 시작으로 해남에서 잠깐 교감생활을 한 것을 제외하면 줄곧 영광지역에서 많은 학생들을 가르쳤다. 또 교장으로 승진해 첫 발령을 받은 곳도 백수남초등학교여서 고향에서의 승진이라 더욱 기뻤다고.

몇 년도에 어떤 학교에서 몇 년동안 근무했는지까지 기억하고 있는 정지영 교장은 “내가 근무했던 많은 학교가 폐교되는 등 아쉬움이 크다”고 안타까워 한다.
그가 교직에 입문한 것은 평생 교사로 살다가 영광여자중학교에서 퇴직한 부친 고정인섭 선생의 뜻에 따라서다. 교육대 졸업후 잠시 일반 행정공무원으로 근무하기도 했지만 결국 학교 선생님으로 돌아온 그는 어쩌면 천생 교사였나 보다.

첫 발령지였던 군남 대창초등학교에서 다른 아이들보다 대소변을 가리는 것이 늦었던 학생이 바지에 그만 실례를 했던 사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는 정 교장. 아무 것도 모르던 순진한 총각선생이 얼마나 당황했을지 짐작이 간다. 그는 학생이 창피할까봐 다른 아이들 몰래 학교 앞 개천으로 데리고 가 깨끗하게 씻기고 바지도 빨아 말려 입혀서 집으로 돌려보냈다고. 겉은 무서운 호랑이지만 아이들을 누구보다 사랑하는 선생님의 깊은 마음이다.


아이들을 위한 그의 마음은 안마초 각이분교에 근무하던 때 한 대기업에 보낸 절절한 편지에서도 전해진다. 당시 대우그룹에 ‘우리 섬지역 아이들에게 서울구경을 꼭 한번 시켜주고 싶다’는 편지를 보냈는데 초청을 받아 국회의사당, 국립박물관 등을 견학했다고.
정 교장은 “여러모로 열악한 환경에서 공부하는 아이들이었지만 더 넓은 세상을 보고 더 큰 꿈을 가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편지를 썼는데 초청을 받아 즐거워하던 아이들의 그 표정이 지금도 생생하다”고 꿈꾸는 듯 말한다.

퇴직을 몇개월 앞둔 그가 영광교육을 위해 당부하고 싶은 것은 딱 한가지다.
“이번 세월호 참사는 원칙을 지키지 않아서예요. 이번 참사에 원인을 제공한 많은 사람들이 원칙을 지키는 교육을 받았다면 안타까운 사고는 없었을 겁니다. 비록 교직에서 물러나지만 많은 후배들과 지역이 원칙을 지키는 교육을 위해 어른들이 노력해 주길 부탁드립니다.”
이서화 기자 lsh122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