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공부는 끝없이 계속 배워야해”
“컴퓨터 공부는 끝없이 계속 배워야해”
  • 영광21
  • 승인 2014.05.29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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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일 / 어르신 IT대회 최고령 참가자

“이제는 내 나이가 몇인지도 잊어버렸어.”
김효일(72) 어르신은 뒷머리를 긁적였다. 정말로 나이를 잊은 건지 아니면 잊고 싶은 건지 모르겠지만 환하게 웃는 어르신의 표정을 보니 후자가 더 가까운 듯하다.

하얀 머리칼과 구부정하게 굽은 허리는 김 어르신의 나이를 짐작하게 한다. 그러나 컴퓨터 앞에 앉은 김 어르신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의자 등받이에 허리를 꼿꼿하게 세웠다.
칠순의 나이에도 한개의 손가락으로 키보드자판을 쓰는 독수리타법 따위는 용납하지 않는다. 바른 자세로 모니터를 응시하며 키보드자판을 입력하는 김 어르신의 손길이 컴퓨터와 제법 친숙하다.
지난 16일 영광군 대표로 전남 어르신 IT경진대회에 참가한 김 어르신은 가장 나이가 많은 최고령 참가자다.

영광읍에서 아내와 함께 그릇 등을 판매하는 <제일상회>를 운영하고 있는 김 어르신은 노인복지회관의 컴퓨터교실에서 컴퓨터를 배우기 시작했다. <제일상회> 건물 3층에는 컴퓨터가 놓인 김 어르신만의 놀이터이자 쉼터가 있다.
손자들이 할아버지집에 놀러오는 날에는 김 어르신의 놀이터는 어김없이 손자들에게 뺏기고 만다고.
“오랫동안 장사를 했는데 이제 나이 먹고 한가해지면서 복지회관으로 컴퓨터를 배우러 다닌지 5년이 됐다”며 “더 잘하고 싶은데 갈수록 기억도 잘 나지 않고 순발력이 떨어져서 아쉽다”고 웃는 그다.

이어 “연습을 더 많이 해서 정신을 바짝 차리고 시험을 봤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며 이번에 처음 출전한 IT대회에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을 털어놨다.
장사를 하면서 공인중개사 자격증도 독학으로 취득하고 얼마 전부터는 풍수지리학의 세상에 빠져들었을 정도로 배우는 것을 즐거워하는 김 어르신.

김 어르신에게 컴퓨터를 통해 만난 세상은 그가 칠십 평생 알던 세계와 딴판이었다. 신문이나 TV, 책 등 옛날 인쇄매체나 방송매체 등을 통해서만 미처 가지 못한 세상살이의 이야기를 전해 듣던 터라 다양한 의견과 이야기가 넘쳐흐르는 인터넷은 신세계나 다름없었다.
“컴퓨터를 배우면서 세상을 보는 눈이 바뀌었어요. 내가 알던 세상과는 전혀 달랐으니까”라고 말하는 김 어르신의 두 눈이 초롱초롱 빛난다.

“우리 또래의 사람들이 나이가 많아도 컴퓨터를 배웠으면 좋겠어요. 컴퓨터를 통해서 내가 알던 세상보다 조금 더 넓은 세상을 볼 수 있으니까요. 나도 계속해서 배울 생각이예요. 컴퓨터 공부는 해도해도 끝이 없고 배울거리가 천지니까요.”
컴퓨터 앞에 앉은 김 어르신의 팔딱거리는 배움의 열정 앞에서 나이는 그저 숫자일 뿐이다.
이서화 기자 lsh122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