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것이라도 나누는 즐거움을 아는 사람
작은 것이라도 나누는 즐거움을 아는 사람
  • 영광21
  • 승인 2014.07.25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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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양원 / 전공무원

“이번에 칠순이나 팔순을 맞은 사람들이 희사금을 조금씩 내서 동네사람들과 함께 가까운 곳으로 여행을 다녀왔어요. 마을자금이 넉넉하지 않아 마을여행을 다녀온 지도 오래됐는데 마을사람들과 함께한 특별한 생일잔치가 됐죠.”
지난 가을 사진 한장을 들고 신문사를 찾아온 이양원(71) 어르신을 처음 만났다. 오랜만에 다녀온 여행지에서의 즐거움이 채 가시지 않은 듯 내내 싱글벙글이다. 칠순잔치를 할 비용으로 마을사람들과 함께 여행을 떠나자는 제안을 한 것은 이 어르신이었다.

이 같은 제안에 대마면 월산리 주민들이 흔쾌히 응해 여행비용을 조금씩 갹출했다.
1년여가 지난 얼마전 다시 만난 이 어르신은 “작년에는 순천정원박람회에 다녀왔는데 올해도 여행을 갈 수 있으려나 모르겠다”며 “여행을 다녀오고 나서 신문에 난 기사를 이렇게 스크랩해서 보관해놨다”고 두꺼운 책 사이에 잘라 끼워 넣어 둔 신문을 꺼내 보인다.
이 어르신은 대마면사무소에서 청사관리 등을 맡은 기능직으로 28년 동안 근무하고 지난 2004년 정년퇴직했다.

그해 퇴직하면서 당시 노무현 대통령으로부터 근정포상을 받기도 했다. 30년이 넘도록 청사를 관리해왔던 터라 곳곳에 그의 손때가 묻은 면사무소를 떠나오는 것이 누구보다 아쉬웠던 이 어르신이다.
“요즘은 나와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을 기능직이라고 부르는데 그때는 소사라고 불렀지. 퇴직한지도 10년이 다 됐네. 그런데 지금도 면사무소에 가면 조그만 것도 그냥 지나쳐지지가 않아.”
퇴직하고 3년여간 월산1리 마을이장을 맡기도 했던 이 어르신은 현재 영농회장을 맡아 새로운 농업기술을 배우고 주민들에게 알려주는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이 어르신은 “농사를 많이 짓지는 않지만 젊은사람이 없어서 이러한 일들을 맡아서 하고 있다”며 “내가 나이가 일흔이 넘었는데도 마을에서 막내나 다름없다”고 쑥스럽게 웃는다.
30년 가까이 근면하게 생활해 2남2녀를 바르게 키워 막내까지 모두 제짝을 찾아줬다는 이 어르신은 게이트볼을 즐기며 건강한 노후생활을 즐기고 있다.
팔순잔치도 마을주민들과 함께 할 것이냐는 질문에 “글쎄. 사람 일은 모르는 것이니 장담을 못하지”라며 활짝 웃는 이 어르신.

대단한 명사도 아니고 특별할 것 없이 평범한 삶이지만 자기가 가진 조그마한 것도 함께 나누는 이양원 어르신의 인생살이가 우리에게 잔잔한 울림을 준다.
이서화 기자 lsh122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