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도 생겼은께 부지런히 병원에 다녀야겠네잉~”
“버스도 생겼은께 부지런히 병원에 다녀야겠네잉~”
  • 영광21
  • 승인 2014.09.29 13: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천년동경로당<법성면>

“버스가 마을 안까지 쭉 들어온께 얼마나 좋아. 우리 마을에 경사났네~”
농번기로 사람들의 발걸음이 뜸했던 법성면 화천1리 천년동경로당(총무 하정섭 사진)이 오랜만에 시끌벅적해졌다. 가을부터 마을 한가운데 자리한 경로당 앞까지 버스가 운행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날 마을주민들은 경로당 앞마당에 세워둔 버스 앞에 상을 차리고 안전운행을 기원하는 고사를 지냈다. 버스 앞에 차려놓은 고사상 위의 돼지머리에 봉투를 끼워놓고 넙죽 절을 하는 화천1리 안재형 이장을 보며 몇몇 주민들은 박수를 치기도 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김준성 군수는 “이제 버스도 생겼으니까 더 많이 이용하셔야 돼요. 어르신들이 많이 이용하셔야 버스가 잘 운영되제~”라고 흥을 돋웠다.
몇몇 마을주민들이 “이제 날마다 영광도 가고 법성도 가야 쓰것어. 부지런히 병원에도 다니고 시장에 다니고 해야지”라고 화답하며 깔깔깔 시원하게 웃는다.
경로당 앞마당까지 버스가 운행되면서 가장 기뻐하는 사람들은 바로 천년동경로당 어르신들이다. 그동안 버스가 다니는 큰길까지 상당한 거리를 걸어야 했던 불편함이 해소됐기 때문이다.

한 어르신은 “시장에 다녀오는 날이면 짐 한 보따리를 머리에 짊어지고 걸어왔어”라며 “그런데 이제는 이렇게 버스타고 한번에 들어온께 우리 노인들은 살맛났제”라고 활짝 웃었다. 마을 안까지 버스가 들어오게 돼 기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용하는 사람이 많지 않을까 걱정도 앞선다.
한 어르신은 “옛날에는 사람들도 많이 살았는데 지금은 다 밖으로 나가븐께 초등학생이 한명도 없어. 이런 시골까지 버스를 운행하면 군이 손해라고 하던디 이렇게 신경써줘서 고맙네”라고 마음을 전했다.
천년동경로당은 20여명의 어르신들이 이용하는 마을의 사랑방이자 어르신들의 쉼터로 매일 15명의 회원이 이용하고 있다. 특히 마을 한가운데 자리해 많은 사람들이 오다가다 쉬어가기도 하고 이웃간의 정을 나누는 곳이다.

경로당 건물은 20년 전 영광군의 지원을 받아 건립돼 오래된 시간만큼 조금 낡아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는 것은 언제나 사이좋은 회원들 간의 정이다.
하정섭(66) 총무는 “우리 경로당은 싸움도 안하고 화목하게 잘 지내는 것이 최고 장점이다”고 자랑한다.
이곳 경로당 이름의 유래에 대해 마을인근에 천년사라는 절이 있어서 ‘천년동’이라고 이름 지었지만 경로당 어르신들은 나름대로 다른 해석을 내놓으며 호탕하게 웃는다.
“옛날 우리마을 어른들이 우리 모두 천년 만년 살라고 그렇게 마을이름을 지은 것 같아. 안그래?”
이서화 기자 lsh122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