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날리기만큼 재미있는 오락거리가 없지”
“연날리기만큼 재미있는 오락거리가 없지”
  • 영광21
  • 승인 2014.11.21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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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광석 / 법성포민속연보존회장

지금처럼 오락거리가 다양하지 않던 시절 법성사람들은 웅성이라고도 부르는 법성의 진성 위로 수십가지 연이 날아올랐다고 한다. 바람이 거센 이맘때에는 그 수가 훨씬 더 많았다. 집에서 직접 만들어 날리는 연에는 저마다의 개성이 묻어났다. 또래친구들끼리는 상대방의 연실을 끊어 내는 연싸움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바다가 인접하고 바람이 좋았던 법성에서는 연날리기가 유난히 인기가 좋았다.

최광석(81) 법성포민속연보존회장은 “요즘은 연을 날리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한숨을 내쉰다.
법성포민속연보존회는 1995년 법성지역 주민 20여명이 모여 창단했다.
“법성면에는 바다가 인접해 수군이 주둔했던 터라 다른 지역보다 연이 발전했다”는 최 회장의 설명이 이어진다. 지금처럼 통신시설이 발달하지 않았을 때라 다양한 연을 띄워 소식 등을 전했기 때문이다. 이때 연날리기가 오락이 됐다.

최 회장이 어렸을 때만 하더라도 또래친구들끼리 진성에 올라 연날리기를 함께 했다. 그러나 세월이 가면서 연날리기문화가 점차 쇠퇴하자 몇몇 사람들이 모여 법성포민속연보존회를 만들어 활동하게 된 것이다.
그게 벌써 20여년전 일이니 강산이 2번은 바뀌었을만한 세월이다. 그동안 고령의 회원들은 건강상의 이유로 탈퇴하고 활동이 뜸해졌다.
한때는 법성포에서 전국 연날리기 행사를 열었을 정도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지만 지금은 최 회장과 몇몇 회원만이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것. 그렇지만 최 회장은 지금도 프로선수로 활동하며 전국 각지에서 열리는 연날리기 대회에 참가하고 있다.


최 회장은 “요즘은 놀거리 볼거리가 많아서 연날리기를 하는 사람이 없지만 연날리기만큼 재미있는 오락이 없다”며 “자유자재로 재주도 부릴 수 있고 선수들끼리 리그전으로 연싸움도 하는데 하나의 예술이나 다름없다”고 소개한다.
최 회장의 집에는 직접 만든 연부터 이순신 장군이 일본과 싸우며 소식을 전하기 위해 사용한 희귀한 소식연까지 수백장의 연이 보관돼 있다. 또 사람크기만한 대형 방패연도 구경할 수 있다.
특히 법성포단오제때 전시한 법성포의 전경과 생활상 등을 담긴 연은 눈길을 끈다. 집안 곳곳에서 보물처럼 고이 싸 보관한 연을 보여주는 최 회장의 모습에서 전통을 등한시하는 우리의 현실이 더욱 안타깝게 다가온다. 최 회장은 올 초 법성남자경로당 회장을 맡으면서 경로당 안에도 그가 만든 연을 걸어 놨다. 누구도 알아주지 않지만 홀로 외롭게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법성포단오제에 전통연 전시를 위한 지원이 끊어진지 오래고 전통연날리기대회도 더 이상 개최되지 않는다. 그저 법성포의 전통연의 명맥이 끊길까 노심초사하는 80대 노인의 안타까운 마음만 남았을 뿐이다.
이서화 기자 lsh122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