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직하게 일하는 후배들이 되길 바란다”
“정직하게 일하는 후배들이 되길 바란다”
  • 영광21
  • 승인 2014.12.05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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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현 / 전묘량면장

“옛날에는 면장이라고 해서 사무실에 앉아있지 않았어. 모 심을 때는 논·밭으로 가서 일하고 끝나고 나면 논두렁에 콩도 심고 그랬지. 여름에는 주민들 논으로 피도 뽑으러 다니고 그랬는디 세상 많이 좋아졌지.”
1997년 묘량면장으로 정년퇴직한 이성현(78) 전면장. 안방 장식장 위에 올려놓은 면장 명패도 이제 많이 낡았다. 정년퇴직하면서 마지막 기념으로 챙겨온 것이니 명패가 그 자리에 놓인지도 어느새 18년이 다 됐다.
이 전면장은 1964년 공직에 입문해 군청과 관내 읍·면사무소 등에서 근무하다 고향인 묘량에서 30여년의 공직생활을 마무리했다.

묘량면장으로 재임하는 동안 영민농원의 마을안길을 확·포장했고 삼학리 하천정비도 마무리했다. 당시에는 길이 좁고 지금처럼 곧고 평평하게 포장된 곳이 거의 없을 정도로 어렵던 때였다고.
이 전면장은 “1993년부터 97년까지 묘량면장으로 일했고 그 전에는 부면장으로도 오래 일했지”라며 묘량면에서 일한 기간을 손가락을 접어 셈을 해 보인다.
퇴직하고 지나온 세월도 이제는 기억도 희미한 공직생활의 추억을 되짚어보는 이 전면장의 기억을 아내인 정삼순(76) 어르신이 거들었다.

정 어르신은 “이 양반이 면장으로 있을 때에 매년 설이나 추석, 명절때에는 우리집으로 면사무소 전직원을 초대해 식사를 대접하곤 했다”며 “반찬이 많은 것은 아니었지만 이 양반이 그러자고 한께 내가 밥을 해 내놨지”라고 기억을 꺼내 놓는다.
이 전면장도 “맞어. 그때는 식당도 없고 영광읍까지 밥을 먹으러 가기 어려웠은께”라고 회상했다.
그는 퇴직후 영광지역 전주이씨 종친회장을 역임하고 전국 전주이씨 양도공파 도유사로 활동하기도 했다. 즉 문중의 심부름꾼이 된 것이다. 영광지역 종친회장을 하면서는 종친회 빚 청산을 위해 발로 뛰어 결국 빚을 모두 갚기도 하는 등 보이는 곳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문중일에 힘을 보태고 있다고.

이 전면장을 만난 이날도 이규헌 가옥에 들어서는 세종대왕비를 지켜보다 오는 길이라고 했다. 자신이 태어난 마을에서 평생을 살아오며 문중의 크고 작은 일에도 관심을 기울이는 이 전면장을 보니 그것이 그의 마지막 사명인 듯 했다.
이렇게 바쁜 와중에도 “퇴직하니 심심하긴 하지”라고 겸연쩍게 웃던 이 전면장은 후배들을 위한 덕담도 빠트리지 않았다.
“후배들이 우리 농촌의 지역주민들을 위해서 맡은 일을 충실하게, 깨끗하고 정직하게 임해 줬으면 좋겠어요. 공무원들이 그렇게만 일해 준다면 나무랄 데가 없지.”
이서화 기자 lsh122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