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것을 온 몸으로 기억하는 향토민요가
우리 것을 온 몸으로 기억하는 향토민요가
  • 영광21
  • 승인 2014.12.18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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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남 어르신 / 대마면 월산리

“이제 늙어부러서 진작부터 목구멍에서 목소리가 안 나와. 못해, 못해~”
향토민요가로 10여년전 영광의 문화예술인으로 소개된 적 있는 대마면 월산리 이석남(84) 어르신은 손을 내저었다. 한때는 마을에서 노래를 잘하기로 소문이 났던 이석남 어르신도 무심히 흘러간 세월에 노래 부르기를 멈춘지도 꽤 오래됐다. 그 사이 이 어르신과 함께 장구치고 노래하며 박자를 맞추던 한 어르신은 고인이 됐다.

이석남 어르신은 “월남덕이 살아있을 때는 노래를 했지. 지금은 안한지 오래됐어”라고 고개를 젓는다.
그러다 갑자기 두 손으로 박자를 맞추기 시작하더니 “쩡가쩡가 쩡가야 쩡가쩡가 쩡쩡가야 어화둥둥 쩡가로구나 어디를 갔다가 이제왔나 이골목 저골목 찾아왔나 둥둥둥둥 내 아기 새끼 옹기전에 가겠던가 옹구스럽게 생겼네 거구전에 가겠던가 니모번듯 잘생겼다 장롱안에 요물렌가 요리저리 잘 생겼다”하고 더듬더듬 한곡을 죽 불러냈다.
경로당에서 10원짜리 화투놀이를 하고 있던 어르신들은 “오메 아직 쓸만 하고만. 계속 허씨요. 노래가 나온께 싱싱해져브네~”라고 흥을 돋운다. 정말 노래를 부르는 이 어르신의 얼굴에 80대 노인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로 생기가 돌았다.

이 어르신은 쑥스럽게 웃으며 “옛날에 아기를 재울 때 부르던 노래여. 쬐그만 것이 귀여운께 온갖 좋은 것을 가져다가 노래에 붙여 부르는 것이제. 지금으로 말하면 자장가 같은 노래여”라고 설명한다.
향토민요는 해당 지역주민들만이 부르는 민요로 지방 고유의 민요를 일컫는다. 옛날에는 모심기를 하고 벼 수확 등을 하면서 노래를 부르는 일이 많았는데 여기에서 그 마을의 향토민요가 탄생하고 전해진다. 지금과 같이 전문적인 교육을 통해서가 아닌 생활에서 몸소 체득해 부르게 된 것이 향토민요인 것이다.
여든이 넘은 이 어르신도 어린 시절 자라면서, 시집을 와서 아이를 기르면서, 시집살이를 견뎌내면서 많은 향토민요를 부르고 익혔다.

이 어르신은 “우리 같은 사람들이 노래를 배울 곳이 있었간디. 그냥 살다보면 저절로 하게 되는 것이지”라고 말한다. 이어 옛날 많은 어르신들과 향토민요를 부르며 시간을 보내던 즐거웠던 기억을 끄집어 냈다.
“옛날에 이 방에서 다 같이 장구도 치고 노래도 부르고 어울려 놀았어. 그때는 참 재미있었지. 그런데 지금은 다 돌아가시고 나만 남았고만.”
옛날을 떠올리며 말을 이어가는 이 어르신을 보니 한 동네에서 살며 언니동생처럼, 친구처럼 사이좋게 지냈던 사람들의 죽음이 못내 아쉬운 듯 했다.
또 시대가 변하면서 그 자취를 감추고 있는 향토민요가 안타까웠다. 우리가 흔히 아는 민요와 다르게 향토민요는 그 마을만의 생활상, 정서가 담겨있는 특별함이 있기에 더욱 그렇다.
그저 이석남 어르신과 같은 향토민요를 기억하는 많은 사람들이 오래도록 건강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이서화 기자 lsh122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