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농노인대학이 즐거운 배움터가 되길”
“홍농노인대학이 즐거운 배움터가 되길”
  • 영광21
  • 승인 2015.01.15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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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홍주 / 홍농읍 진덕리

“홍농에 처음으로 노인대학을 개강하기 위해서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해서 노인회 사무실에 놀러갔는데 외부에서 지원이 전혀 없은께 학장과 사무국장께서 사비를 털어서 일을 하고 있더라고. 노인대학 수업을 하려면 외부 강사를 초청해 노래교실 등 사람들이 좋아하는 수업을 해야 하잖아요. 그렇게 하려면 외부강사 초청비가 또 필요하고. 그래서 후원을 하게 된 거예요.”

평생을 살아온 지역의 발전을 위해서 남몰래 한 일이 알려져 “부끄럽다”고 손사래를 치는 홍농읍 진덕리 최홍주(77) 어르신. 홍농노인대학 첫번째 졸업식날 노인대학에서 전달한 감사패도 부인이 대신 받았다. 크게 대단한 일을 한 것도 아니고 생색을 내려고 했던 것도 아니어서 감사패를 받고 싶지 않다고 몇 차례 거부를 했지만 노인대학 학생들은 기어코 최 어르신 부인의 손에 감사패를 들려 보냈다.
최 어르신은 “후원금도 얼마 안된다”고 겸손하게 말했지만 노인대학에는 정말 큰 도움이 됐다. 하다못해 사무실 집기 하나까지 사비를 털어 마련하던 때 최 어르신이 전달한 100만원은 일천금과같이 큰 도움이 됐다.

최 어르신이 전달한 후원금으로 광주지역에서 이벤트업체를 운영하는 후배의 도움을 얻어 멋진 개강식도 치렀고 노인대학을 운영하며 필요한 곳곳에 요긴하게 썼다.
노인대학에 등록하지 않은 최 어르신도 첫날 개강식에 참석해 노인대학의 시작을 함께 했다. 개강식날 행사장면을 핸드폰에 촬영해 뒀다는 최 어르신은 동영상을 보이며 “이렇게 멋지게 개강식을 했다”고 활짝 웃는다.
노인대학 입학생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정말 좋은 일을 한 것 같아 뿌듯했다고.
평범한 농사꾼인 최 어르신은 지역에서뿐만 아니라 광주지역 등의 복지시설에도 자신이 직접 기른 농산물을 기부하는 등 크고 작은 선행을 베풀어오고 있다. 그런데 그저 즐거워서 하는 일에 과한 인사가 돌아올 때면 오히려 마음이 아프기도 하다.
최 어르신은 “몇년째 광주지역의 몇몇 복지시설에 내가 기른 농산물을 기부하고 있는데 어떤 때는 그곳에서 농산물 값을 쳐서 보내오기도 한다. 그럴때면 이제 봉사를 그만하라는 뜻인가 싶어서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이번 홍농노인대학 졸업식때 학생들이 마련한 감사패도 그랬다. 고마워하는 학생들의 마음은 잘 알지만 순수한 마음에 전달한 후원금의 본뜻이 왜곡되는 것 같아 감사패 받기를 한사코 거절했다는 최 어르신.
그가 바라는 것은 단 하나다. 멋들어진 감사패가 아닌 오래도록 홍농노인대학이 지역 노인들의 즐거운 노년의 배움터가 됐으면 하는 것.
“학사모라고는 평생 써 볼 일이 없던 우리같은 노인들이 대학 졸업했다고 학사모 딱 쓰고 사진찍으면 얼마나 좋아. 우리 부모들이 자식키우느라 못 배우고 못 누리고 살았은께 자식들도 부모들이 노년을 배우고 즐겁게 살 수 있도록 노인대학에 후원도 많이 하고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어. 나는 그것 말고는 더 바랄 것이 없어요.”
이서화 기자 lsh122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