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은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라
국정원은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라
  • 영광21
  • 승인 2015.02.13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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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대선 당시 국가정보원의 댓글, 트위터활동은 정치개입은 물론 선거법 위반이라는 항소심 판결이 주는 파장이 만만치 않다. 사건에 대한 전면 재조사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아직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남아있겠지만 정부기관의 선거개입 의혹은 민주국가에서는 그 자체만으로도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
지난 2012년 대통령선거 국정원 댓글사건으로 ‘정치개입은 유죄, 선거개입은 무죄’ 판결을 받은 원세훈 전국정원장과 간부들이 항소심에서는 선거개입도 유죄를 선고받았다. 1심 결과가 집행유예였던 원 전원장은 징역 선고 뒤 법정구속 됐다.
서울고등법원 형사6부는 9일 공직선거법과 국정원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원 전국정원장과 이종명 전국정원 3차장, 민병주 전국정원 심리전단장의 국정원법상 정치관여죄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이같은 결과는 선거법 위반은 무죄라고 판단한 1심 판결을 파기한 것이다. 1심은 국정원법 위반 혐의만 유죄를 인정해 원세훈 징역 2년6월과 자격정지 3년에 집행유예 4년, 이종명·민병주는 각각 징역 1년과 자격정지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선거법 위반 혐의도 유죄로 판단, 더 높은 형량을 선고한 것이다.
법정구속이 된 원 전국정원장은 국가와 국민을 위해 그저 열심히 일했을 뿐이라고 했다. 대선 당시 국정원의 사이버 활동은 종북세력에 대한 방어심리전이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당시 대선후보 확정 이후 특정후보를 비방하는 선거 관련글 등이 크게 늘어났는데 이를 종북세력에 대한 방어 차원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라는 것이다. 법적 해석과는 별도로 이번 판결을 계기로 국정원 쇄신에 대한 여론의 압력도 더욱 커졌다. 소리 소문 없이 국가의 이익에 봉사해야 할 정보기관이 지난 몇년 사이 나라를 뒤흔든 여러 사건들에 깊이 관련된 건 결코 있어서는 안될 일이라는 것이다.
1심이 국정원 심리전단의 사이버활동에 대해 대선개입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과는 달리 항소심 재판부는 일정 시점 이후의 사이버활동은 대선개입으로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2012년 8월20일 새누리당 전당대회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이 대통령 후보로 확정된 이후부터 심리전단의 활동이 대선개입 성격이 강해졌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8월20일 이후 정치개입성 글보다 선거개입성 글이 압도적으로 많아졌다”며 “정치글과 선거글의 비중이 바뀌고 선거글의 절대량이 현저히 증가한 것은 심리전단의 사이버활동의 방향과 의도하는 바가 질적으로 변화한 걸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국정원의 정치개입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특단의 대책이 또다시 큰 숙제가 되고 있다. 국정원이 마련했던 자체 개혁안을 훨씬 뛰어넘는 그 누구도 돌이킬 수 없는 방안을 만들 수 있겠냐가 관건이다.
개혁안 얘기가 나올 때마다 그동안 정치권의 지루한 공방이 이어지다 시들해지기 일쑤였다. 여야를 막론하고 정략적 이해관계에 따라 국정원 문제를 적당히 다뤄왔던 건 아닌지 되새겨봐야 한다.
국정원이 본래 일을 놔두고 엉뚱한 일에 잡혀있었다면 국정원은 물론 국가와 국민의 앞날에도 불행한 일이다.
아무리 대단한 결심을 해도 개인이든 조직이든 그 관성 때문에 쉽게 바뀌지 않는다. 바뀌지 않을 수 없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바뀐다.
국정원을 바꿀 수 있는 정치주체들의 각성과 국민적인 관심이 함께 할 때 국정원은 비로소 제 자리에 설 수 있다.

박 찬 석 / 본지 편집인oneheart@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