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민자본주의에 발목 잡힌 인간의 존엄
천민자본주의에 발목 잡힌 인간의 존엄
  • 영광21
  • 승인 2015.04.09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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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4월이 왔다. 봄이 봄답게 새로워지고 각종 봄꽃들은 저마다의 모습으로 얼굴을 내민다. 갈아입은 봄옷처럼 마음도 얇게 해 세상을 보는 날들이다. 하지만 누구는 없어진 가슴에서 피가 다시 나오고 누구는 피가 묻지 않을까 마음 졸이는 날들이기도 하다.
지난 6일에 열린 국무회의에서 우리의 고매하신(?) 박근혜 대통령은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면 세월호 인양을 적극 검토 하겠다는 옥음(?)을 전하셨다. 봄바람처럼 훈훈하고 며칠전 내린 단비 같은 말씀이시며 이때쯤 되살아나는 리더십 부재 의심을 말끔히 해소하는 결단인 것처럼 포장한 것이다.

그러나 현재 진행되고 있는 세월호 사고 조사위의 상황을 보면 대통령의 거룩하고 희망찬 이런 말에 의구심이 생긴다. 봄이 지나고 여름이 되고 가을 겨울이 끝날 때 즈음의 상태를 의심해 볼 수밖에 없게 한다. 즉, 대통령의 말에도 불구하고 나는 세월호가 인양되지 않을 가능성에 더 큰 비중을 둔다.
설사 인양이 된다 해도 그때는 지구의 대륙들이 다시 팡게아(Pangaea : 2억5,000만년전에 모든 대륙이 하나로 합쳐져 뭉쳐 있던 시기)가 될 때 즈음이 아닐까 싶다. 대통령은 ‘반드시 인양’이 아니라 ‘기술적으로 가능하면’ 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세월호의 인양은 기술적 가능성을 전제로 해야 함은 물론이다. 그러나 기술적으로 가능한데도 그런 결론이 나기까지 참으로 험난한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다. 천안함 사건이나 세월호 참사 원인 조사에서도 보듯 그것은 목구멍이 포도청인 기술자와 목구멍 보다 양심이 뛰는 심장을 가진 기술자와 지루한 논쟁의 장이 될 것이다. 공학적 데이터 위에 의도적 모호성이 수치로 더해지고 나아가서는 종북이란 단어가 그럴 듯하게 숫자와 함께 빨갛게 칠해 질 것이다.
만에 하나 인양 가능 결론이 난다 해도 돈이 발목을 잡을 것이다. 이명박이 34조를 해먹었고 앞으로도 30여조원을 더 들이부어야 하는 자원외교에 대해서는 눈 하나 깜빡 안하시는 우리의 애국자(?)들은 인양비용 1, 2조원에 눈이 뒤집히고 거품을 쏟아내며 경기를 일으켜 쓰러지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고매하신 대통령의 충견인 김진태 같은 이는 벌써 인양이 불필요하다는 발언을 스스럼없이 하고 있지 않는가.
기술적 문제와 인양비용 논의를 넘어선다고 하더라도 지금 세월호 조사위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처럼 대통령과 그 일파에게는 최후의 보루인 시행령이 있다.

예산집행과 실행 조건 하나하나에 고어의 한자체로 구성된 행정, 법률 용어를 판타지적으로 붙여 딴지를 건다면 인양선이 출항하는 데만 1년이 지나고 잠수사가 바다에 들어가는 데만 10년이 걸릴 것이다.
그렇다. 그날이 되면 다시 일어날 비판의 동기를 사전 제거하시기 위한 전략으로서 우리의 대통령은 이 봄에 간파한 것은 세월호 참사 때 보여준 눈물 연기력, 동네 할머니 데려오신 섭외력을 넘어선 여유의 미학이고 시간을 교묘하게 활용하는 꼼수에 불과하다.
그래서 시간만 지나면 세인들이 망각해 자신의 편이 된다는 것을 대통령은 이 봄에 깨닫게 된 것이다.
그러니까 세월호를 인양하겠다는 우리 대통령의 말은 봄볕에 고양이가 조는 소리로 들릴 뿐이다. 항상 말만 그럴싸하게 하고 해결책은 없는 대통령의 말에 국민들은 이미 식상해 있다. 언제나 원론만 있고 각론과 총론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그러하기에 국민들의 가슴은 늘 타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천민자본주의에 발목이 잡혀 인간의 존엄을 무시하는 세상이 너무나 서러워 눈물이 난다.

박 찬 석 / 본지 편집인oneheart@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