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집불통 여왕과 복지부동 내시들
고집불통 여왕과 복지부동 내시들
  • 영광21
  • 승인 2015.07.30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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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가 국정원 문제로 아수라장이다. 필자는 지난주에도 국정원 문제를 언급했는데 이번에도 국정원 문제를 다루는 것은 그만큼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국가의 전망이 달려있다면 지나친 과장일까? 아무튼 국가의 근간을 휘두르는 것만큼은 사실이다.
대법원이 삼권분립이라는 헌법 정신마저 거부하며 자신의 존재이유를 부정하는 지극히 비겁하고 정치적인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 전원은 여당의 원내대표를 찍어 발라낼 정도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벌거벗은 임금님의 서슬 퍼런 결기에 바짝 엎드린 채 이도저도 아닌 말장난만 늘어놓았다.
유죄는 유죄인데 현 정부 하에서는 유죄라고 말할 수 없다는 대법원의 판결은 정치적 책임을 하급심에 떠넘기는 비겁함의 극치여서 대한민국 사법사에 길이길이 남을 치욕으로 기록될 것이다. 대통령에서 여왕으로 자리매김한 박근혜는 ‘짐이 곧 국가’라고 말할 수 있게 됐고 대법원에 의해 대한민국의 헌법과 민주주의는 유린 당했다.

이명박이 임명한 양승태 대법원장은 원심에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공직선거법 위반을 입증한 문서가 사적인 문서여서 증거능력이 없다며 파기환송의 이유를 밝혔다.
이는 원심(2심)재판부가 증거능력도 없는 문서(트위터 계정과 시큐리티 파일, 출처가 불투명한 트윗 내용이 담긴 425지논 텍스트 파일)를 가지고 유죄를 선고할 만큼 형사소송법 법리에 대한 이해가 형편없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도대체 대한민국의 사법부는 정치검찰도 함부로 못하는 최고의 권력기관이자 음지에서 조작해 양지를 지배하는 국정원의 정치개입의 유무죄를 가리는 중차대한 재판에 법리 해석조차 못하는 판사들을 배정했단 말인가?

대법원의 파기환송에는 이것 말고도 더 참담한 의미가 담겨있다. 그것은 푸른집과 족벌언론의 외압을 막아주던 채동욱 검찰총장이 찍혀 발라지고 살아있는 권력도 두려워하지 않았던 수사팀이 공중분해된 이후 황교안 국무총리가 새롭게 구성한 그저 그런 수사팀이 힘겹게 또는 마지못해 발견한 ‘시큐리티 파일’과 ‘425지논’ 보다 더욱 결정적인 증거를 찾아내지 못하는 한 원세훈에게 유죄를 선고할 수 없다는 것이다.
현재의 수사팀이 양승태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을 상대하기는 힘에 겨운 오합지졸의 집합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장 큰 문제는 여왕이다. 입으로만 모든 것을 한다. 말을 했으면 행동이 뒤따라야 하는데 이건 숫제 말잔치로 끝나기 일쑤다.
또 불리한 일이 생기면 아예 입을 닫고 모르쇠로 일관한다. 고집불통도 그런 고집불통이 없다. 오기 또한 창창하다. 다른사람들의 얘기도 들을 땐 들어야 하는데 자신의 구미에 맞지 않으면 가차없이 도마뱀이 꼬리를 자르듯 잘라버려야 직성이 풀리는 것 같다.
여왕은 그 어느 곳에서도 지도자로서의 덕목을 찾아볼 수가 없다. 한마디로 상식이 통하지 않는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