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가 찾아준 건강, 버섯이 가져다 준 행복”
“농사가 찾아준 건강, 버섯이 가져다 준 행복”
  • 영광21
  • 승인 2015.12.24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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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묘량면 이순구씨

묘량면 한옥마을 아래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채 자리한 전통가옥. 마당으로 들어서면 세월의 흔적을 그대로 보여주는 마루에 앉아 밝게 웃고 있는 사람이 있다. 2년전 조상 대대로 살아온 고향집으로 귀농한 이순구(63)씨다.
그는 평생을 일해온 농협에서 정년퇴직후 표고버섯을 기르며 남은 인생을 한가롭게 즐기고 있다. “농협에서 일한 만큼 농사에 애착이 많았지만 지식이나 기술은 전혀 없었죠. 버섯을 길러보니 버섯이 커가는 모습이 신기하고 재밌기도 해서 농사를 시작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농사로 다시 찾은 마음의 건강
이순구씨는 농협에서 근무하며 영암, 부산, 함평, 광주, 목포 등 다양한 곳에서 일해왔다. 특히 2005년 농협 영광군지부 지부장으로 일하기도 했었고 퇴직 직전에는 목포농산물유통센터 사장으로 일했었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살아왔던 그는 퇴직후 갑자기 찾아온 여유에 마음의 병을 앓기도 했다.
이순구씨는 “퇴직후 2년간 광주에서 생활했는데 날마다 규칙적으로 출퇴근하며 사람들과 생활하다가 갑작스러운 변화에 우울한 기분이 크게 들었어요. 사람이 일을 해야 건강해지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농사를 떠올렸죠”라고 말한다.
그렇게 그는 농사를 시작하기로 마음먹고 버섯 배지 제작기계를 만드는 친동생의 추천으로 표고버섯을 재배하기 시작했다.

희망의 버섯이 자란다
동생의 소개로 알게 된 충청도의 버섯 신지식인에게 버섯재배에 대해 배우고 산림연구센터를 찾아 교육을 받으며 시작하게 된 표고버섯 농사는 이순구씨에게 새로운 인생을 열어 줬다.
그는 “제가 장손이라 농촌에서 자랐지만 농사일을 전혀 해보지 않았어요. 일을 잘 못하니까 아내가 답답해하면서도 잘 도와줘서 지금의 농사를 유지할 수 있는 거죠”라며 웃는다.
150여평의 하우스 2개동에서 배지를 이용해 버섯을 재배하고 있는 그는 올해 5월부터 10월까지 6.5t의 표고버섯을 수확했다. 10t을 목표로 했던 그는 예상보다 적은 수확량이지만 조급한 마음은 생기지 않는다고.
“올해 처음 제대로 수확한 거니까 크게 실망하지는 않아요. 시간을 들여 경험을 했다고 생각하고 내년에는 더 많이 수확할 수 있을 거라 믿어요.” 이순구씨는 지금의 하우스 옆에 220여평의 하우스를 새로 지어 더 많은 버섯을 수확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이순구씨는 생각보다 자주 수확해줘야 하는 버섯의 특성 때문에 일손이 부족해 힘들기도 했지만 농사가 주는 즐거움과 할 일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힘들다는 생각을 잊고 즐거운 마음으로 농사를 이어가고 있다.
“농사가 정말 좋아요. 다시 바빠지니까 아프지도 않고 일을 통해 오히려 힘을 얻어서 좋아하는 나무도 기르고 있죠. 농사 잘 지어서 여러 사람들에게 우수한 버섯을 알리고 싶어요. 또 제 이름을 들으면 ‘제법 잘하더라’, ‘표고버섯 괜찮네’라는 생각을 할 수 있도록 부지런히 해보고 싶네요”라며 미소 짓는 이순구씨다.
농사를 통해 건강을 찾은 그는 이제 버섯을 통해 희망을 찾으려 한다. 익숙한 고향에서 새로운 일에 열정을 쏟고 있는 그의 버섯이 그의 바람대로 잘 자라길 기대한다.
배영선 기자 ygbys@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