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남면 포천리 소문난 효부
군남면 포천리 소문난 효부
  • 영광21
  • 승인 2016.12.09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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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례 어르신 / 군남면 포천리

“우리가 겪은 고생은 이 양반이 겪었던 것에 비하면 새 발의 피여. 여그 양반이 남편 병수발도 들고 시어머니도 모시고 마을에서 이름난 효부야.”
겨울을 나기 위한 김장준비로 한창 분주했던 지난 11월의 어느 날.
군남면 포천리 학구정경로당에서 만난 어르신들은 입을 모아 “여기 노인회장만큼 젊었을 적에 고생한 사람이 없어”라고 얘기한다.
23년 동안 남편의 병수발과 더불어 홀로 시어머니를 봉양했다는 군남면 포천리 김순례(84) 어르신.
군남면 토박이인 김 어르신은 한참 어린 나이인 19살에 남편을 만나 결혼생활을 시작했다.
세상물정 모르는 어린 나이에 시집온 앳된 신부는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도 부지런히 농사를 지으며 공직생활을 하는 남편의 뒷바라지와 시어머니 봉양에 힘썼다.
“그 당시에는 남편 내조하고 시어머니 모시는 게 당연한 일이었어. 힘들어도 불평불만을 할 수 없었지”라고 얘기하는 김순례 어르신.
바쁘게 농사를 지으며 7남매를 키워낸다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늘 자상하고 다정한 남편이 곁에 있기에 고된 농사일도 거뜬히 해낼 수 있었다.
하지만 행복한 순간도 잠시였다. 그 누구보다도 다정했던 남편이 39살의 젊은 나이에 갑자기 쓰러져 오랜 투병생활을 시작했다.
김 어르신은 남편의 곁을 지키며 23년간 남편의 팔과 다리가 됐다.
정성어린 간호에도 불구하고 남편이 62세의 나이로 먼저 세상을 떠나자 슬퍼할 틈도 없이 시어머니를 지극한 효심으로 봉양해야 했다는 김 어르신.
“남편이 아플 때 시어머니가 곁에서 많이 도와주셨어. 그런데 시어머니도 나이가 드니까 치매가 와서 남편 병수발과 시어머니 봉양을 동시에 하게 됐지”라고 얘기한다.
남편과 시어머니가 세상을 떠나고 자식들도 모두 어머니의 품을 떠나 타지로 나가면서 비로소 휴식기를 맞이했다는 김 어르신.
경로당에서 마을 어르신들과 모여 맛있는 식사도 하고, 체조도 하고 이야기도 나누다보면 홀로 심심할 틈도 없이 금세 시간이 훌쩍 가버리곤 한다.
경로당에서 어르신들과 즐겁게 지내고 있다는 김 어르신은 “애들도 건강하고 나도 건강하게 잘 있는 게 소원이지 별거 있겠어?”라며 인자하게 웃는다.
유현주 기자 yg21u@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