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곁에 있는 사람들 덕분에 행복해”
“곁에 있는 사람들 덕분에 행복해”
  • 영광21
  • 승인 2017.03.02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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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안순 어르신 / 불갑면 순용리

“일본군한테 안 잡혀 갈라고 일찍 시집왔지. 그 시절은 다 그렇게 시집왔어.”
세상물정 모르던 꽃다운 나이 열여섯에 7살 연상의 남편을 만나 결혼하며 배곯지 않으려 애쓰며 고군분투하며 평생을 살았다.
나이는 어느새 아흔을 넘었지만 그때 그시절 생각이 머릿속에 생생하다는 김안순(92) 어르신.
남편과 결혼후 영광읍에 살다가 불갑면으로 이사와 자리를 잡은 후 평생을 살아가고 있다.
김 어르신은 “나 젊어서는 참말로 먹고 살기가 어려웠어. 지금 사람들은 잘 모르는 보릿고개도 겪고 전쟁도 겪고 겪을 것은 다 겪고 살았지”라고 말한다.
남편과 함께 농사를 지으며 아들 여섯에 딸 하나를 낳아 기른 김 어르신은 허리 한번 펼 새 없이 일만 했어도 자식들 키우는 재미에 푹 빠져 살았다.
결혼하고 9년후 6·25전쟁이 나면서 이리저리 피난을 다녀야 했던 김 어르신은 당시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김 어르신은 “전쟁이 났다고 하니까 사람들 가는 데로 피난을 갔었지”라며 “피난 갔다가 다시 우리집으로 돌아오니까 마침 나락을 벨 때더라고. 그래서 오후에 나락 베러 나갔었어”라고 말한다.
지금은 웃으면서 얘기할 수 있지만 당시에는 하루하루 먹고 살기가 막막할 정도로 어려운 시절을 보냈다.
그 후로도 힘겨운 시간이 언제쯤 지나갈지 생각할 겨를이 없었고 형편도 나아질 틈이 없었지만 누구보다 최선을 다해 살았다.
고된 시간을 보내고 겨우 살만해질 때쯤 몸이 아팠던 남편이 먼저 세상을 떠나고 30여년이 넘는 세월을 홀로 살아오고 있는 김 어르신.
아들, 딸들은 모두 출가하고 혼자 살고 있지만 김 어르신은 “정부에서 도와주고 마을사람들이 알뜰살뜰 챙겨주니까 살만해”라고 말한다.
경로당과 집이 가까워 매일 경로당에 나와 시간을 보내는 김 어르신은 허리수술만 3번을 하고 무릎도 좋지 않아 보행기 없이는 거동도 불편하다.
김 어르신은 “우리 동네 양반들이 영광에 나갈 일 있으면 약도 타다주고 하니까 살지”라며 “나는 우리 마을사람들 없으면 못살아. 다 형제 같고 내 식구 같은 사람들이야”라고 얘기한다.
김 어르신은 또 “나는 이만큼 살았으니 우리 아들, 딸들이나 잘 살았으면 좋겠어. 그게 내 소원이야”라고 말한다.
은혜정 기자 ehj5033@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