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세 인생 글로 남겨 뿌듯합니다”
“60세 인생 글로 남겨 뿌듯합니다”
  • 영광21
  • 승인 2018.04.20 14: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숙 <작가>

다 내려놓고 편히 가게 하려고 쓰린 가슴 억누르며 “홀로 계신 어머님 잘 모실테니 걱정 말고 아들 배우자나 하나님께 부탁해서 속히 보내 달라하고 하나님 품에 안겨 아픔도 슬픔도 눈물도 없는 낙원에서 영원히 살라고. 사랑했노라고…”하니 알아들었는지 한쪽 눈에선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린다. 볼을 타고 흘러내리는 눈물이 이 세상에서의 마지막 대화이고 대답이었다.(중략)….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내며 中>
2016년 전남여성백일장에서 수상작으로 뽑힌 이 숙(63) 작가의 수필 중 일부이다. 오랫동안 지병을 앓아온 남편에게 인사도 건네지 못한 채 떠나보내야만 했던 가슴 아픈 사연을 글로 풀어냈다.
어려서부터 글 쓰는 것을 좋아했던 이 숙 작가는 “옛날에는 집이 가난해서 못 배웠던 게 아니라 여자라서 못 배웠어요. 그래서 꿈을 펼치고 살 기회가 없었죠”라고 말한다.
묘량면에서 태어나 불갑에 사는 남편을 만나 결혼했다. 공무원이었던 남편과 자녀들 뒷바라지하는 일에 전념하며 젊은 나날을 보냈다. 자식들 다 키우고 나니 이제야 여유가 생겨 2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글쓰기를 배우게 됐다는 이 작가.
“내가 배운 게 부족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라 포부가 컸던 것 같아요. 내 자서전을 써보고 싶은 큰 꿈이 있었죠. 그래서 2016년부터 글공부를 시작해 영광화요문학회 4기를 수료하고 지금도 꾸준히 글을 쓰고 있어요.”
글공부를 시작한 그 해 겨울 이 작가는 <환갑을 맞이하며>라는 수필로 신인상을 받으면서 동산문학작가회에 작가로 등단했다.
본격적으로 작가로 활동하며 이 작가는 <한 말씀하세요>, <어머니의 애먼소리>, <호미대학>, <어머니의 상사화>, <아들 결혼을 앞두고> 등 수많은 단편작을 써냈다.
이중 <어머니의 상사화>는 2017년 상사화축제 시·수필 인터넷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일상생활에서 글의 소재를 찾습니다. 글을 통해 제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제 글에는 어디든지 살아온 인생과 내 모든 것이 녹아있습니다.”
애쓰며 힘들게 살아온 한스러운 날들을 이 작가는 글에 담아냈다. 힘들었던 일만 써내는 것이 아니다. 장가갈 나이가 됐는데도 소식이 없어 고민거리였던 아들이 지난해 6월 어여쁜 아가씨를 데려와 결혼소식을 전했다. 이 작가는 그때의 감격스러운 감정을 그대로 담에 <아들 결혼을 앞두며>라는 단편작을 써내기도 했다.
이 작가는 “거창하지만 지금처럼 꾸준히 글을 쓰며 영광문학을 위해 이바지하고 싶어요. 내게 주어진 대로 섬김의 삶을 살며 여생을 보내고 싶어요”라고 말한다.
변은진 기자 ej536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