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건축 박물관 군남면매간당 고택
살아있는 건축 박물관 군남면매간당 고택
  • 영광21
  • 승인 2019.05.24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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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작가 양소희씨는 지난 2년간 영광 각지를 돌았다. 그리고 발길이 머무는 곳마다 만났던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엮어 <너와 함께 영광여행>을 집필했다.
영광의 정신이 담긴 오래된 집부터 주역주민들이 삶이 살아 숨쉬는 5일장까지 그녀가 직접 발로 뛰며 전하는 이야기를 연재한다.  / 편집자 주
 

 

마당에는 꽃과 나무가 있고 하늘을 담고 있는 자연주의 건축이 한옥이다.
생각하면 그립고 바라보면 정다운 옛집을 찾아 영광 매간당梅磵堂 고택으로 향했다. 군남면 동간리로 접어들자 세월이 깊은 소나무 숲에 둘러싸인 드넓은 평야는 세상의 것 같지 않은 풍요로운 풍경이었다. 마을 입구에서 이정표를 따라가니 나지막한 뒷동산을 배경으로 돌과 흙으로 쌓은 담벽 그리고 기와지붕을 올린 집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군남면의 매간당 고택은 전국 유일의 매우 특별한 대문을 갖고 있다. 고종 5년(1868) 건립된 것으로 솟을대문 위에 한칸 규모의 효자각을 올린 2층 누각이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으며 계단 난간은 고급스럽게 조각된 당초문으로 장식되었다.
누각은 한칸 규모로 작다 느껴지지만 천장은 화려함이 대단하다. 누각에 오르면 마을 방향으로는 마을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고 반대로 돌아서면 집의 모든 공간이 내려다 보인다.
삼효문三孝門의 아랫부분은 약간 가공한 기단 위에 아름드리 소나무를 다듬지 않고 생긴 그대로 휘어진 둥근 기둥이 서있다. 집을 만들면서 자연을 닮으려고 노력한 마음을 읽어볼 수 있다.
대문 앞에는 하마비가 있고 대문 한 쪽은 기둥 간격을 약간 작게 하여 사람의 출입문으로 사용하고 다른 쪽은 조금 크게 하여 가마가 드나들 수 있도록 했다. 문지방과 인방引防   도 출입방법에 따라 지혜를 발휘해 편리한 구조로 만들었다.


16세기 중엽 연안김씨 직강공파直講公派 중조中朝의 4대손인 김영(1540년 출생)이 영광군수로 부임하는 숙부를 따라와 영광에 정착했다. 삼효문이라는 현판은 14대조 김 진, 9대조 김재명, 8대조 김 함의 효성이 지극하여 나라에서 명정命旌 되었는데 이들을 위한 정문旌門으로 나라의 허락을 받아 지금의 삼효문이 세워졌다. 하늘을 감동시킬 정도의 효자라야 받을 수 있는 효자상을 한 집안에서 세사람이나 받았으니 집안의 큰 자랑이 아닐 수 없다.
이를 모시기 위해 만들어진 효자각은 원래 마을 입구에 세우려 했으나 문중회의를 거쳐 대문 위에 누각을 짓게 되었다.
효자각 네 귀퉁이에 여의주를 문 용이 승천하는 용두와 구름모양의 공포가 결구되어 외관이 화려하다. 궁궐이 아니면 감히 용두를 올릴 수 없었던 시절이니 전국 유일의 특별한 문이 되었다.
효자각 내부에는 세분의 정려 편액이 걸려있고 막새기와에는 삼효三孝라는 명문이 새겨져 있다. 2층 누각 정면에는 고종의 형인 이재면李載冕이 쓴 삼효문현판이 걸려있다. 목재가 썩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유리샷시로 효자각 외관을 둘러막아 놓았다. 멀리서 이 집이 놓여있는 지리적 형세를 크게 살펴보면 크게는 불갑천의 물과 마을 고샅물이 안뜰에서 만나 서쪽으로 물의 방향을 바꾸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조금 다가가보면 마을 뒷산의 정기가 모여들어 약간 부풀어 오른 언덕 위에 집이 자리하고 있다. 가옥의 방향은 뜻밖에도 남향이 아닌 북향으로 방향보다는 시선을 강조하고 있다.
자료에 따르면  집터는  길지로  매화꽃이  떨어진  형국  또는  학鶴의  형상이라고도 한다. 집의 구성을 보면 안채를 비롯하여 사랑채, 별당(서당채), 사당채, 곳간채, 안대문, 바깥대문, 마구간, 헛간, 찬광, 장독대, 연못, 정원 등이 있다. 조선시대 후기 상류사회 주택의 원형을 그대로 유지하며 잘 보존되고 있다.


영광에 정착했던 처음부터 2,000평이 넘는 넓은 대지 위에 125칸의 건물이라는 대단한 규모의 집을 지은 것은 아니었다고 한다.
예전에는 이 자리에 초가 한채만 있을 정도로 농사를 짓는 가난한 집안이었다. 대를 이어 살아오면서 선조들이 근검절약해 가세를 일으켜 오늘날의 종택 모습이 되었다.
이 집은 언제 지었는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안채 상량문에 ‘숭정기원후사무진이월이십구일崇禎紀元后四戊辰二月二十九日’이라는 기록이 남아있어 고종 5년(1868)임을 추측해 볼 수 있다. 1894년 동학농민운동 당시 안채를 제외한 모든 건물이 불에 타 다시 지었다.
다음호에 계속

 

여행작가 양소희

여성기업 여행연구소 대표. 여행전문 작가로 강의, TV, 라디오, 잡지 등 여행관련 방송활동·국내외 여행 콘텐츠 개발, 여행콘서트·북콘서트 기획 등 여행 관련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다. 대만정부로부터 관광공헌상을 받았다.
주요 저서로는 <영광여행>, <ENJOY 타이완>, <화천에서 놀자>, <담양여행>, <너와 함께 인천 섬여행>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