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까지 3시간 ‘난상토론’에 허비
정지까지 3시간 ‘난상토론’에 허비
  • 영광21
  • 승인 2019.05.31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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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상가상 더 큰 문제였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
원안위·한수원 지금까지 기준도 제각각

■ 원자력안전위원회, 규제기관으로서 뭐했나?

이상 감지후 12시간 동안 규제전문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와 한수원㈜ 한빛본부는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23일 한빛원전민간환경·안전감시위원회 긴급 위원회를 통해 한빛본부가 밝힌 행적을 재구성해보면 문제를 파악하고도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과 한빛본부가 누구의 기준이 맞는지를 두고 원전을 가동한 채 3시간 동안 입씨름을 하고 있었다.
그동안 원안위의 행정공백도 문제지만 원안위와 한수원이 지금까지 서로 다른 기준을 적용해왔다는 사실도 새롭게 논란이 되고 있다.
10일 오전 10시29분, 원전의 출력을 조절하는 시험 중 이상을 발견한다. 일부 제어봉이 올라오지 않자 한빛본부는 높이 차이를 확인한다며 제어봉을 더 올렸고 이상징후가 나타났다.
한빛본부는 곧바로 제어봉을 다시 내린뒤 10시52분 원안위에 문제 발생을 보고한다.
11시3분, 원안위와 KINS 지역사무소 조사팀은 현장에 도착해 안전상태를 점검한다.
한빛본부 관계자는 “당시 지역사무소 조사팀은 열출력 분야에 대한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해당 문제를 인지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오후 4시, 사건발생 5시간30분만에 KINS에서 파견한 1차 조사단이 현장에 도착한다.
1차 조사단은 문제 확인을 위해 오후 5시30분까지 회의를 진행했다. 오후 6시 KINS에서 한빛본부에 열출력 문제를 지적한다.
그러나 한빛본부와 KINS의 열출력 측정방식이 달랐고 오후 6시부터 9시12분까지 논쟁을 벌이느라 또 3시간을 허비한다.
원자로 열출력은 노심 밖 중성자선속을 보는 방법, 증기발생기로 들어오는 주급수 유량을 측정해 원자로의 열출력을 계산하는 방법, 전기터빈 출력을 보는 방법 등으로 나뉜다.
KINS의 현장조사단은 가장 보수적인 첫번째 방법을 사용해 열출력 18%를 확인했다.
반면 한빛본부는 가장 낮은 값으로 집계되는 주급수 유량을 통한 측정결과를 사용해 3.5%로 계측했다. 지금껏 서로 다른 기준으로 원전을 가동해온 셈이다.
결국 한빛본부는 문제발생 11시간30분만인 10시2분 측정방식의 문제를 인정하고 원전을 수동정지했다.
한편 국회 최연혜 의원실에 따르면 한빛본부와 KINS가 입씨름을 하고 있던 사이 원안위 위원장과 실무진들은 회의 종료 후 회식을 가졌다.
원안위의 10일 업무추진비 사용내역 증빙자료를 보면 엄재식 위원장은 10일 오후 7시58분  종로구의 유명 보신탕집에서 식사결제를 했다. 사용 목적은 원안위 회의 쟁점사항 논의다.
그러나 이들은 이 시간까지도 사고에 대해 아무런 지시도 내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빛본부가 KINS의 계측결과를 인정하고 원안위에 수동정지가 필요하다고 보고한 것은 오후 9시12분, 원안위가 수동정지를 지시한 시간은 오후 9시37분이었다.
김진영 기자8jy@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