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원전 총체적 부실
한빛원전 총체적 부실
  • 영광21
  • 승인 2019.06.27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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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산오류·무면허운전·부실 인수인계·원안법 무더기 위반

■ 원안위, 한빛1호기 사태 중간결과 발표

한빛1호기 사태 중간조사 발표결과 총체적인 부실이 드러났다.
징후는 처음부터 나타났다. 한빛본부는 당초 14년간 실시해왔던 측정시험을 실패했다.
시험도중 두차례 근무교대가 이뤄졌지만 인수인계는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졌고 미교대 인원은 25시간 이상 장시간 근무했다.
제어봉 편차가 발생한 원인은 조작 미숙이었다. 또 무면허 운전자의 조작 당시 감독도 이뤄지지 않았다.

징후는 전날부터 있었다
한빛본부는 5월9일 동적 제어봉 제어능 측정시험을 3차례 실패했다.
제어봉 제어능 측정시험은 원전의 브레이크라고 할 수 있는 제어봉을 삽입하거나 인출했을때 반응도가 얼마나 변화하는지 측정해 제어봉의 노심 제어능력을 측정하는 시험이다.
원자로내 핵분열을 제어하는 제어봉을 내리면 출력이 떨어지고 이를 들어 올리면 출력이 올라간다.
그러나 지난 14년간 실시해왔던 동적 제어봉 제어능 측정시험 과정에 노이즈가 과도하게 발생해 기기가 제어봉을 삽입할수록 오히려 출력이 상승하고 있다고 평가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한빛본부는 다음날 오전 3시 기존보다 두배 이상 시간이 소요되는 붕소희석법·제어봉교환법을 사용해 시험에 재착수했다. 그리고 이는 두번째 문제로 이어지게 됐다.

부실한 인수인계·장시간 근무
제어봉 측정시험이 길어지면서 시험시작부터 사건 발생시까지 13시간 동안 두차례 근무 교대가 이뤄졌다.
중요작업 수행 도중 근무조가 바뀔 경우 반드시 중요작업전 회의를 다시 개최해 위험요소를 확인해야만 한다.
그러나 인수인계는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졌다. 한빛본부는 근무교대시 중요작업전 회의를 실시하지 않았다. 결국 교대조에게 중요사항이 전달되지 않았고 발전팀의 수동정지 관련절차 미숙지로 이어지게 됐다.
또 미교대인원은 24시간 이상 장시간 연속작업에 노출됐다. 계산오류로 제어봉의 인출을 결정한 시점에 담당직원은 이미 25시간 이상 연속근무를 실시한 상태였다.

제어봉 편차 원인도 ‘인재’
한빛원전에는 제어에 관여하는 4개의 제어봉 다발이 있다.
문제가 된 B제어봉을 테스트하던 와중에 일부 제어봉의 위치가 어긋나는 문제점이 발생됐다. 제어봉의 위치편차 원인은 운전원의 조작 실수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이를 교정하기 위해 완전 삽입상태로 둔 뒤 다시 제어봉을 66단계까지 올렸지만 일부 제어봉은 54단계에 머물렀다.
원안위 관계자는 “일부 제어봉이 54단계에 머문 것은 걸쇠 오작동이나 금속 산화물이 제어봉 전자계통에 들러붙은 것이 원인으로 추정된다”며 “현재는 문제가 해소돼 정확한 원인은 확인할 수 없으며 이물질 유입, 노화 등 가능성은 원자로 헤드를 열고 차후 확인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반응도 계산문제 알고도 방치했다
이후 한빛본부는 반응도 계산 실수로 제어봉을 100단계까지 끌어올렸다.
당시 담당자는 계산시 참조해야 하는 설계문서를 잘못 인용했다. 또 제어봉이 44단계에 이미 임계에 돌입했지만 원자로가 꺼진 것으로 착각하고 계산을 실시했다.
담당자는 계획예방정비 기동 운전 경험이 없었다. 그러나 반응도 계산오류를 방지하기 위한 동료(교차)점검 등 절차는 전무했다.
한수원은 이미 지난해 12월 자체진단을 통해 이 같은 문제점을 인지했지만 사고발생 당시 근무조에 개선사항은 전파되지 않았다.

무면허운전 감독도 없었다
계산오류 지시에 따라 제어봉을 인출한 것은 운전원이 아닌 정비부서 직원이었다.
원자로 안전의 핵심설비라고 할 수 있는 제어봉의 조작을 자격증도 없는 무면허 운전원에게 맡겼던 셈이다.
원안위는 원자로 조종 감독면허자의 지시·감독이 없었다는 사실도 재차 확인했다. 이는 원자력안전법 84조 위반으로 형사처벌 대상이다.
잘못된 계산에 따라 무면허 운전원이 제어봉을 무리하게 인출한 결과 1분12초만에 0%에서 18.1%까지 열출력이 급등했고 보조급수펌프가 기동했다.

원안위는 빠진 ‘반쪽짜리 조사’
중간조사에 따르면 원안위는 이미 오후 6시 열출력이 5%를 초과했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그러나 오후 9시12분 한수원이 스스로 원전을 수동정지를 하겠다고 보고하기 전까지 정지명령 등 어떠한 행정조치도 실시하지 않았다.
운영기술지침서의 위반혐의로 특별조사를 수행하고 있는 원안위 스스로도 원전을 즉시 가동 정지해야 하는 지침을 어긴 셈이다.
원안위 관계자는 “당시 상황이 긴급하지 않았고 정부기관에서는 소명기회를 한차례 주도록 돼 있다”며 “소명기회를 주지 않으면 소송의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행정명령을 하지 않은 것이다”고 해명했다.

 민관합동조사위원회 구성
이날 중간조사 결과발표에 앞서 지역주민들은 원안위의 셀프조사를 규탄하며 집회를 가졌다.
이에 원안위는 주민참여 요구를 수용하기로 결정했다.
원안위 관계자는 “조사단과는 분리돼 있지만 조사단과 원활하게 소통하면서 주민의견을 수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며 “주민대표로 구성된 민관합동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주민들의 의견을 수용할 수 있는 방안을 반드시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김진영 기자 8jy@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