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트볼로 인생의 2막을 열다
게이트볼로 인생의 2막을 열다
  • 영광21
  • 승인 2019.07.05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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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택환 어르신 / 법성면 대덕리

법성게이트볼장에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매일 5시간씩 출근 도장을 찍는 어르신이 있다.
장택환 어르신은 85세가 넘는 고령의 나이에도 노익장을 과시한다.
청춘은 진즉에 끝났고 나이는 겨울을 향하지만 장 어르신의 열정은 식을 줄 모른다. 계절은 늙고 있으나 결코 끝나지 않고 그 역시 다음 걸음을 준비하고 있다.
장택환 어르신은 고향을 못본 지 벌써 60년이 훌쩍 넘었다. 시절을 잘못만나 온 가족과 뿔뿔히 흩어졌다. 전쟁을 피해 잠깐 피난을 온다는 것이 영영 생이별이 됐다.
“내 고향은 이북땅이야. 6·25전쟁을 피해 열여섯살에 법성면으로 피난을 왔어. 친지도, 가족도 없이 홀로 남겨졌지.”
가진 것 하나 없이 홀로 남겨진 열여섯살 소년이 겪어야 했던 고생을 이루 말로 다 표현할 수 있을까? 그래도 장택환 어르신은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았다”고 덤덤하게 말한다.
25살에 22살 아내를 만나 아들 셋을 키웠다. 법성면 대덕리에서 농사일을 하며 아들들을 대학까지 보냈다. 장 어르신의 노력 덕분에 자녀들은 부족함 없이 자랐다.
항상 장 어르신을 응원하고 버팀목이 됐던 아내는 4년전 먼저 세상을 떠났다. 자녀들은 모두 외지에 살고 있다. 그래도 장 어르신은 외롭지 않다. 마을주민들과 함께 게이트볼로 즐거운 인생의 2막을 만들어가고 있는 까닭이다.
“법성게이트볼팀은 연세가 비슷한 마을주민들이 많아. 그래서 여기서 놀다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닌까. 게이트볼로 우정도 만들고 건강도 챙기고 1석2조가 따로 없어.”
장 어르신은 여수에서 열린 서남부 어르신게이트볼대회에서 준우승을 거두기도 했다. 게이트볼을 매일 치니 자연스럽게 건강하게 됐다는 후문이다.
“나이가 들면 게이트볼만한 운동이 없어. 게이트볼이 간단해보여도 정말 머리를 많이 써야 하는 운동이거든. 스트레스도 풀고 치매예방에도 최고야. 내 건강비결은 바로 게이트볼이야.”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게이트볼을 즐기기 위한 여건이 부족한다는 점이다. 1달에 1만원 남짓한 회비로는 겨울철 난방비 내기도 버겁다고 하소연한다.
“앞으로도 계속 게이트볼을 즐기고 싶지만 재정이 부족해서 어려움이 많아. 다들 나이가 들다보니 회원 중 병원에 입원한 인원이라도 있으면 문병을 가야 하는데 회비가 부족해서 문병 선물도 못사가는 형편이야. 회원들이 게이트볼을 즐길 수 있도록 좀 더 많은 관심이 있었으면 좋겠어.”
김진영 기자8jy@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