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공예로 특별한 행복을 만들다
한지공예로 특별한 행복을 만들다
  • 영광21
  • 승인 2019.07.05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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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교마을회

비가 소복소복 내리는 주말 아침 영광읍 교촌리여자경로당이 유난히 소란스럽다.
마을 어르신들이 옹기종기 모여앉아 근사한 한지로 찻상을 만들고 있다.
부스럭부스럭 한지를 만지는 손길은 설렘이 가득하다. 한지를 덧바른 청록빛 찻상에 락스를 바르자 구리빛으로 번쩍인다.
“다음주에는 찻상 위에 시를 쓸 거예요. 조금만 있으면 아주 근사한 작품이 완성될 것 같아요.” 교촌리여자경로당 최옥자 총무가 기대감을 드러냈다.
지난 5월부터 매주 토요일 평균나이 80세가 넘는 마을 어르신들이 이렇게 모여 한지공예 수업을 듣는다.
향교마을회(회장 김복순) 회원 6명은 이곳에서 재능나눔봉사활동으로 어르신들에게 특별한 주말을 선물하고 있다.
주말에 모여 고스톱을 치던 마을경로당 풍경이 완전히 달라졌다.
마을 주민들은 “한지공예수업을 듣고나서부터 토요일이 얼마나 기다려지는지 몰라”라며 “수업이 없는 날에도 서로 모여서 한지공예수업 이야기만 한다닌까”이라고 입을 모은다.
향교마을회는 올해초 6명의 지역예술가들이 의기투합해 결성됐다.
지난 3월에는 마을공동체 지원사업에 선정됐다. 덕분에 재료비 부담없이 어르신들을 위해 맘껏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김복순 회장은 “마을 어르신들 열정이 정말 대단해요”라며 “15명의 어르신들에게 한지공예 수업을 하고 있는데 매번 한명도 빠짐없이 수업을 들을 정도로 열정이 대단해서 수업을 할 때마다 큰 보람을 느끼고 있어요”라고 말한다.
찻상이 완성되면 쌀독을 만든다. 또 마을행사가 있을 때 수업시간에 만든 근사한 작품들을 전시할 예정이다.
회원들은 “앞으로 10여차례 봉사활동을 가질 계획인데 어르신들의 열기가 높아 기회가 된다면 내년에도 꾸준히 한지공예수업을 진행하고 싶어요”라고 입을 모은다.
마을 어르신들 역시 “수업을 듣는 주민들 중에는 90세가 넘는 양반도 있어”라며 “이제 한지공예수업이 없는 주말은 상상도 하기 어려워. 앞으로도 계속 수업을 들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라고 말한다.
김진영 기자 8jy@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