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오르냐고 하면 그저 웃지요”
“왜 오르냐고 하면 그저 웃지요”
  • 영광21
  • 승인 2019.07.05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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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동호인 문인호씨

“산이 거기에 있기에 나는 산을 오른다.” 영국의 등반가 조지 말러리는 말했다.
사실 산을 오르는 것은 특별한 이유가 있는 까닭이 아니다.
새벽이 거의 달아오를 무렵 폐포 깊숙이 가득 채우는 나무의 호흡이 좋아서, 목구멍을 타고 천천히 미끄러지는 침처럼 고요한 숲의 침묵 때문에, 계절 따라 오색찬연한 빛깔을 갈아입는 자연의 정취 등 다양한 이유를 덧붙이지만 결국 산이 있기에 그저 산이 좋아서 그렇게 산을 찾는다.
68세 문인호씨는 이제 거의 습관처럼 산에 오른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매일 물무산을 찾는다. 어쩌다 이웃이 그를 보면 산에 가는 길이냐고 묻는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공직생활을 하며 시작한 산행이 삶의 일부가 됐고 산행에 나선 지 어느새 15년이 훌쩍 넘었다.
“어렸을 때부터 운동을 좋아해서 육상, 배구, 축구 등 다양한 운동을 접했고 자연스럽게 등산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지금은 서해산악회에서 선수로 활동하면서 매번 대회에도 빠지지 않고 출전하고 있습니다.”
산을 좋아하는데 무슨 이유가 필요하겠냐는 문 씨. 공직생활을 하며 남자 셋, 여자 둘 동료들과 함께 오남매산악회를 결성해 전국 각지를 떠돌기도 했고 서해산악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10여년전부터는 전남도대회에서 줄줄이 입상하며 두각을 드러냈다. 등산인으로서는 제법 늦은 나이에 시작한 산행이지만 늦게 배운 도둑이 날 새는 줄 모른다.
“대부분 운동은 정해진 공간에 정해진 규칙을 갖고 경쟁을 벌이기 마련입니다. 등산은 다릅니다. 전국 각지에 수많은 산들은 저마다 자신들만의 이야기를 갖고 있습니다. 좋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매번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는 것이 등산의 매력입니다.”
문 씨는 공룡의 등뼈를 닮았다는 설악산 공룡 능선을 오른 경험을 잊지 못한다. 정상에 서서 세상을 굽어보니 이 좁은 세상 속 작은 고민들로 얼마나 많은 걱정을 했는지 헛웃음만 나왔다.
문 씨와 비슷한 연배 산악인들은 대부분 무릎이 아파 산행을 멈췄다. 문 씨는 아직까지도 거뜬하지만 예전처럼 빠르게 산을 오르기보다 자연을 즐기며 천천히 걷는 습관을 만들고 있는 중이다.
“앞으로 나이가 들어도 지금처럼 자연을 즐기고 싶습니다. 또 후배들 양성에도 힘써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서해산악회의 전통이 계속 이어지길 바랍니다. 개인적으로는 중국의 황산이라는 절경이 있다고 하는데 꼭 한번 정상에 오르고 싶습니다.”
김진영 기자 8jy@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