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영광상사화예술제 글짓기 입상작 고등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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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광21
  • 승인 2019.11.01 10: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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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
입술  - 고은지/ 영광고2


립스틱
립글로즈
사람들은 늘 입술에 무엇인가 바르느라 바쁘다

빨간색
분홍색
그렇게 입술에 화색이 돌고 예뻐진다

비속어
은어
예뻐진 입술로 사람들은 말한다

예쁜 입술
나쁜 구술
빛 좋은 개살구 같은 사람들의 이중성

이제는 너의 말이
상사화의 곧은 줄기처럼
바르게 뻗어 나가기를

이제는 너의 말이
상사화의 빨간 꽃잎처럼
예쁘게 피어나기를


금상
화후엽花後葉 - 최윤서/ 해룡고2

‘슬픈 추억’이라 하는 석산은
흙에 하나되어 뿌리를 내렸고
곧고 싱그러운 줄기를 뻗었고
다만 잎 없이 꽃송일 피웠다

늦은 줄도 모르고 돋아난 잎은
결국 차디찬 겨울 홀로 남아서,
기다리다 지쳐서, 바싹 말라서,
섧은 봄 꽃향기를 맡게 되었다

사람의 생도 얼핏 그와 같기에
나와 우리는 너무 늦은 잎처럼 그리워하는지도 모른다
사랑으로 돋아난 올해의 우린
이미 져버리고 만 꽃무릇을 사랑할 수 없다

그러니,

우리 어린 잎들아, 일찍 깨어라

그래서,

무얼 누굴 향하는 사랑이던지
소중한 꽃무릇을 사랑하여서
‘슬픈 추억’ 대신에 ‘환한 추억’을
오랜 후회 대신에 밝은 나날을
함께하는 즐거움, 동행의 기쁨,
같은 시간을 사는 아름다움을 누려라

사람을 잃고 나서 얻은 것은
돌이킬 수 없는 날들에 대한
그리움
아쉬움
후회
회환
미련…

하지만 역시 사람과 사람의 세상에서는,
꽃이 진 후에야 잎이 돋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