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사 - 품격 있는 지역공동체 건설에 일조하겠습니다
신년사 - 품격 있는 지역공동체 건설에 일조하겠습니다
  • 영광21
  • 승인 2020.01.0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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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긴 요즘 같은 겨울밤. 잠을 청하면 조용하기만 하던 위층 입주민이 그제야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온정을 나누는 냥 컁컁거리기도 하고 때론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니며 아래층 주인의 단잠을 방해합니다.
참던 주인은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잠 좀 자자’며 위층에 신호를 보냅니다. 빗자루로 천장을 두드리고 아닌 밤 홍두깨처럼 고함을 쳐보기도 합니다. 효과는 찰나뿐. 아래층 주인의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위층의 ‘밤샘운동회’는 계속됩니다.
주인은 지친 나머지 포기해 버립니다. 운이 좋은 날이면 조용한 타협이 이뤄지기도 합니다. 칠흑 같은 겨울밤의 일상이었습니다.
쥐의 얘깁니다. 양옥집이 흔치 않던 시절 50대 이상의 나이대면 어릴 적 겨울추위를 피해 집 안으로 들어온 쥐와 천장을 사이에 두고 벌어졌던 ‘밤의 전쟁’을 기억하실 겁니다.
지금은 추억이 됐지만 그때 당시는 단잠을 설치게 한 원흉이었습니다. 당장 천장을 뜯어낼 수도 없어 한동안 공생관계로 지내던 시절이 생각납니다.
쥐띠 해, 새해가 시작됐습니다. 쥐띠 해는 12동물 중 첫번째인 까닭에 여느 해와 달리 새롭게 시작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운명철학가들은 쥐띠가 부지런하고 민첩하면서도 소심하고 경계심이 강해 신중함과 근검절약하는 습성을 가졌다고 말합니다.
새해를 시작하는 오늘, 먼저 많은 독자와 광고주 지역주민들께 지난 1년 고생하셨다고, 감사했다는 말씀 올립니다. 너무나 장기간 일반화된 경제적인 어려움뿐 아니라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에서 나타나는 불편함에 고생했을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씀씀이는 줄어들었지만 이웃을 위하고 서로에게 위안받았던 감사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가슴에 새깁니다.   
자신의 어려움에도 이웃을 살피는 것은 비단 먼 곳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영광에서도 지역공동체의 온기를 온몸으로 느낍니다. 1년전 있었던 ‘희망2019나눔캠페인’의 결과를 얼마전 다시 살펴보니 우리 영광이 전남 22개 시·군 중 으뜸이었습니다. 온정을 숫자로 감히 평가하는 것이 합당치 않겠지만 우리 영광보다 부유한 시 단위보다 높은 것에 새삼 놀랐습니다. 어렵다는 말이 일상화된 요즘, 예전 같지 않은 경제여건에서도 이웃을 살피는 것이 마음처럼 쉽지만은 않았을 텐데 말입니다.
그런 가운데 영광지역 신문업계는 수년 전부터 혼돈의 시기를 맞고 있습니다. 혹자는 양화良貨와 악화惡貨가 혼재된 전국적인 언론 상황의 축소판이라고 합니다. 이는 먼저 창간·발행돼 온 기존 신문의 책임도 적지 않다고 여깁니다. 그렇기에 부끄럽기도 합니다.
신문의 품격, 작게는 신문사 자체의 품격이고 넓게는 이를 소비하는 독자와 지역주민, 지역사회의 품격일 것입니다.
본지는 쥐띠 해가 시작된 새해 새아침 다시 한번 <영광21>의 품격을 생각하며 발행에 정진하겠습니다. 고맙고 감사한 1년을 새롭게 맞겠습니다.

김세환
본사 발행인 /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