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비롭고 배려하는 마음으로 이웃에게 고운 말을 건네자”
“자비롭고 배려하는 마음으로 이웃에게 고운 말을 건네자”
  • 영광21
  • 승인 2020.05.22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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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불기 2564년 기념 불갑사 만당 주지스님
1991년 사법고시 공부위해 왔던 불갑사와 인연 … “한국 제일의 역사문화 관광명소로 만들고 싶어”

 

불기 2564년을 맞았습니다. 올해 맞는 <부처님오신날>은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예전과 다른 감회이실 것 같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진리에 대한 깨달음을 통해 모든 괴로움을 벗어나서 완전한 행복, 즉 해탈과 열반의 길을 우리들에게 열어주신 위대한 성인이십니다. 그래서 예년에는 불교계와 모든 사찰들이 <부처님오신날>에 존경과 찬탄, 감사의 예경을 담아 즐거운 축제 분위기로 봉축법요식을 거행해 왔습니다. 그러나 올해는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온 지구촌이 코로나19로 인해 신음하고 위축돼 있기 때문에 마냥 즐거워할 수만은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올해 <부처님오신날>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되새기면서 차분하고 경건하게 법요식을 봉행할 예정입니다.   

<부처님오신날> 행사가 당초 음력 사월초파일인 4월30일에서 음력 윤달 4월의 초파일인 5월30일에 열리게 됐는데 봉축행사 등은 어떻게 진행됩니까?
저희 불교종단과 각 사찰에서는 국가적 차원의 코로나19 확산 방지와 예방에 협력하기 위해서 초기부터 각종 법회를 중단했고 올해는 마침 윤달이 4월에 들어있어서 원 사월초파일에는 코로나19 극복과 치유를 기원하는 기도를 입재해 윤달 사월초파일인 5월30일에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 및 기도 회향법회를 봉행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다중이 모이는 연등회와 제등행렬도 군민들의 건강과 청정영광을 지키는데 동참하기 위해 거행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올해 조계종의 <부처님오신날> 봉축표어가 ‘자비로운 마음이 꽃피는 세상’인데 어떤 의미가 내포된 것입니까? 또 코로나19와 관련해 권하고 싶은 덕목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부처님은 지혜와 자비의 행을 배우고 실천하라고 가르치셨습니다. 이 세상은 그 어떤 것도 홀로 존재할 수 없고 서로서로 관련되고 상호의존돼 있습니다. 연기緣起라는 인연의 사슬로 맺어져서 무한한 인드라망 그물처럼 이어져 있습니다. 이러한 세간에서는 일체 모든 것들에게 자비로운 마음으로 자비로운 행을 하여야만 한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에게도, 작은 미물들까지 포함한 모든 생명들에게도, 자연환경에도 자비로운 마음으로 아끼고 소중히 대해야만 이 세상이 행복으로 채워질 수 있다는 것이고 그러한 자비심이야말로 한송이 연꽃이 피어나는 것과 같다는 것입니다. 
코로나19의 빠른 전파력은 이 세계의 생명체와 환경이 서로 밀접하게 연결돼 있고 의존하고 있다는 것을 우리들에게 일깨워 주고 있습니다. 인연으로 무한히 얽혀있는 세상이라는 부처님의 가르침이 절실히 와 닿습니다. 이런 때일수록 자기 자신의 생활습관을 청결하고 지혜롭게 갖춰야 하고 동체대비의 마음으로 타인에 대한 배려심을 실천해야 할 것입니다. ‘중생이 아프니 부처가 아프다’는 부처님 말씀처럼 다른 이들이 아프면 결국 내가 아프게 된다는 사실을 되새겨서 지혜로운 자비행을 실천해 가야 할 때입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종교계의 행보에 따라 일반 국민이나 군민들에게 다양한 이미지로 다가왔습니다. 불교계에서는 발빠르게 법회의 장기 중단조치, 특히 불갑사가 소속한 조계종단에서는 5,000여 소속 스님들이 모두 재난지원금을 기부하기로 했는데요?
불교계 특히 대한불교조계종단에서는 코로나19 발생 초기부터 전격적으로 전국 모든 사찰의 법회를 중단했고 큰 사찰들은 산문폐쇄 조치까지 했습니다. 코로나 확진자 발생이 소강국면으로 접어든 4월20일 이후부터는 철저한 예방수칙 준수와 거리두기를 전제로 조심스럽게 법회를 재개하도록 했고 국가와 국민들의 고통과 부담을 덜어드리는데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자는 취지에서 스님들의 적극적인 동의와 참여하에 재난지원금을 기부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스님들에게는 자비와 호국불교 유전자가 잠재되어 내려오기 때문에 이런 결정은 참으로 쉬웠다고 할 것입니다. 

사시사철 군민들이나 외지에서 많은 관광객들이 불갑산과 불갑사 그리고 법성포에 위치한 백제불교도래지 마라난타사를 찾고 있습니다. 스님께서 주지직을 맞고 계신 동안 많은 중창과정을 거쳐왔습니다. 앞으로도 필요한 부분이나 구상하고 계신 부분이 있다면 무엇이 있겠습니까?
제가 1991년 지인에게 조용한 고찰, 불갑사에 가서 공부해보라는 소개를 받고 사법고시 공부를 위해 불갑사에 왔는데 처음 온 절이 너무나 낯이 익었고 마치 고향집처럼 느껴졌습니다. 참으로 신기한 일이었습니다. 
그 후 은사이신 수산지종 큰스님께서 <불갑사사적기>를 가끔 제게 보여주셨는데 불갑사가 고려말 각진국사께서 주석하실 때는 본 절에 40여동의 건물, 산중에 30여 암자가 있었고 1,000여명의 스님들이 머물며 수행하던 대가람이었다고 기록돼 있습니다. 그러나 정유왜란 때 병화로 장려하던 가람이 모두 소실되는 비운을 겪게 됐고 직후에 법릉선사의 주도로 사찰을 복원했는데 그 규모가 본 절에 30여동의 건물을 짓고 산중에 12암자를 갖췄다고 되어 있습니다. 
이 기록을 보고 나서 제가 큰스님께 ‘아니 불갑사가 과거에는 이렇게 크고 스님들도 많이 살았다는데 지금은 왜 이렇게 쇠락해 축소돼 있습니까?’하고 여쭈자, 큰스님께서 ‘아직 인연 닿는 사람이 안와서 그렇지’라고 하셨고 이에 ‘제가 불갑사에 처음 올 때부터 너무나 고향집처럼 익숙했는데 제가 인연이 깊은 것 아닌가 모르겠어요?’라고 말씀드리자 큰스님께서 ‘맞아, 바로 너야’라고 하시는 말씀을 듣고는 숙세의 인연이 느껴져서 불갑사를 복원해 옛 가람의 위상을 되찾겠다는 원력으로 출가를 하게 됐습니다. 
2001년부터 주지 소임을 맡아 <불갑사사적기>를 토대로 종합적인 복원 계획을 세우고 꾸준히 추진해 온 결과 고려말의 흥왕했던 규모에는 못 미치지만 조선중후기의 재흥했던 시절의 규모에는 어느 정도 근접해 가는 것 같고 이제야 사찰로서의 다양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도량이 됐습니다. 
그리고 더불어 김봉열 전 영광군수님의 적극적인 관광자원 개발사업 추진으로 인해 불갑사 관광지가 잘 조성돼 상사화축제가 발전하게 됐고 백제불교최초도래지가 건립돼 많은 탐방객들이 찾는 관광명소가 됨으로써 영광지역 발전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어서 매우 기쁘고 보람을 느낍니다. 
앞으로 계획은 백제불교 초전성지인 불갑사를 한국 제일의 역사문화 관광명소로 만들기 위해서 백제건축양식의 9층목탑, 가칭 영광대탑을 건립하려고 합니다. 

스님을 얘기하자면 백양사의 방장이셨고 현대 한국불교의 대선사 서옹 스님의 뒤를 이으신 스승이셨던 수산 큰스님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2012년 3월 입적 전까지 가장 가까이에서 모셨는데 지금도 생각나는 가르침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큰스님께서는 욕심 없는 청빈행으로 평생을 소탈하고 담백하게 사셨던 분인데, 평소에 “사람은 사람다워야 하고 진실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언행일치言行一致하고 지행일치知行一致가 돼야 한다”고 자주 강조 하셨습니다. 
그리고 “세상에는 ‘까치 뱃바닥 같은 소리’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남 허물보고 입 놀리지 말고, 자신의 시커먼 속이나 잘 단속해야 한다”고 하시면서 일상생활 속에서 스스로의 허물을 살피고 바로잡으라고 하셨습니다.  

마지막으로 불제자와 군민들께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면 좋을지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영광군민들 모두 자비로운 마음, 따뜻한 마음, 배려하는 마음으로 이웃들에게 항상 고운 말을 건네며 지혜롭게 행복한 삶을 가꿔 가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