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게 부끄럽지 않으면 하늘조차 무섭지 않다”
“사람에게 부끄럽지 않으면 하늘조차 무섭지 않다”
  • 영광21
  • 승인 2020.09.03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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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천의 편지 ①

글을 시작하며 …

위대한 역사가 사마천의 목소리를 빌어 역사와 고전古典이 오늘날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를 전하는 코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수구 기득권층이 기득권을 지키려고 총궐기한 상황이다. 
한국 수구 기득권 세력의 문제와 병폐는 역사의 차원에 놓여 있다. 친일, 독재권력이 남긴 부정적 잔재 등 청산하지 못한 과거사가 강하게 발목을 잡은 채 역사의 진전을 방해하고 있다. 이에 우리 사회의 곳곳에서 창궐하고 있는 병폐와 그 당사자들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이들을 향해 역사의 목소리로 경고하고자 한다. 
지금 이 병폐를 해결하지 못하면 미래가 어둡기 때문에 더욱 절박하다. 관련해 좀 더 많은 정보를 원하는 분들은 유튜브 채널 <김영수의 좀 알자, 중국>을 시청하시기 바란다. 
/ 편집자 주


수천년 전 서주 시대 중국 북방 사람들의 삶의 애환을 담고 있는 노래집 《시경詩經》(<소아小雅>편 ‘하인사何人斯)’에 이런 대목이 있다.
‘불괴우인不愧于人, 불외우천不畏于天.’ “사람에게 부끄럽지 않으면 하늘조차 무섭지 않다”는 말이다. 이 시는 자신을 배반한 사람을 원망한 내용이라 하는데 이 구절이 나오는 관련 대목을 함께 소개하면 이렇다. 
“저 사람 어떤 사람이기에 내 뜰 안을 지나면서 그 목소리만 들릴 뿐 그 모습 보지 못하게 하나? 사람들에게 부끄럽지 않나, 하늘이 두렵지 않나?” 
여기서 마지막 대목인 ‘사람들에게 부끄럽지 않나, 하늘이 두렵지 않나’를 떼어내서 사람으로서 언행이 정정당당하고 떳떳하면 그 무엇도 두려울 것이 없다는 뜻으로 활용한다. 

현명한 사람은 자신이 정당하면 설사 일이 잘못 되거나 뜻한 대로 일이 풀리지 않아도 하늘을 원망하지 않고 남 탓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선현先賢들은 부끄럽다는 뜻의 ‘괴愧’라는 글자를 인생의 척도로 삼아 자신의 언행을 점검하곤 했다. 
지식인이나 사회 지도층은 특히 그랬다. 심지어 ‘괴’를 문명의 척도로까지 생각하여 이에 대해 진지하게 탐구하기도 했다. 말하자면 ‘부끄러워할 줄 아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경계와 차이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해왔다. 
《성리대전性理大全》을 보면 “사람을 가르치려면 반드시 부끄러움이 무엇인지를 먼저 가르쳐야 한다(교인敎人, 사인필선사유치使人必先使有恥). 부끄러움이 없으면 못할 짓이 없다(무치즉무소불위無恥則無所不爲)”고 했다. 
자신의 언행이 남과 사회에 피해를 주는 것을 부끄러워할 줄 알아야만 그릇된 언행을 일삼지 않는다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어려서부터 부끄러움이 무엇인지 가르쳐야 한다는 뜻이다. 참으로 옳은 지적이 아닐 수 없다. 
이 대목에서 계시를 받은 청나라 때의 학자 고염무顧炎武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청렴하지 않으면 받지 않는 것이 없고 부끄러워할 줄 모르면 하지 못할 짓이 없다.(불렴즉무소불취不廉則無所不取, 불치즉무소불위不恥則無所不爲)”라고 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온통 부끄러움을 모르는 자들로 넘쳐 난다. 더 많이 가진 자, 더 많이 배운 자, 사회적 영향력이 큰 자, 심지어 종교인까지 더더욱 그렇다. 잘못을 저질러놓고 부끄러워하고 반성하기는커녕 그 잘못을 덮으려고 더 부끄러운 짓도 서슴지 않는다. 참으로 부끄러운 우리 사회의 자화상이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자들에게 역사는 이렇게 경고한다.
“너희들의 부끄러운 짓은 집단지성의 기억에 뚜렷하고 깊게 박혀 언제든지 필요하면 역사의 법정으로 소환하여 영원히 단죄할 것이다. 너희들의 부끄러운 짓이 너희 자식들을 더욱더 부끄럽게 만들 것이다. 역사는 기록이자 기억임을 단단히 새겨라. 역사의 법정에는 공소시효란 없다. 역사는 그 자체로 뒤끝이다!”

필자 김영수는 《사기》 연구가이자 중국고전학자이다.
중국에서 가장 먼저 설립된 섬서성 한성시 사마천학회 정식 회원이다.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고대 한중 관계사를 주제로 석사 및 박사 과정을 수료하고, 30년 동안 중국 전역을 다니며 역사 현장을 두루 답사했으며 지금도 그 일을 하고 있다. 현재 한국사마천학회 이사장직을 맡고 있다. 
2007년 가을, 교육방송(EBS)에서 32회에 걸쳐 특별기획 ‘김영수의 사기와 21세기’를 강연하여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고 그 후 줄곧 대기업과 벤처기업 및 공공기관에서 《사기》를 조직과 경영에 접목해 탐구하는 ‘응용역사학’을 강의하고 있다. 
2007년부터 사마천장학회를 설립해 사마천의 후손들을 도와왔으며 같은 해에 사마천의 후손들이 모여 사는 서촌마을의 명예촌민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