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평무사한 법 집행은 소통의 수단
공평무사한 법 집행은 소통의 수단
  • 영광21
  • 승인 2020.10.12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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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마천의 편지 ⑤ - 법을 집행하고 판결하는 자들에게 1

법을 집행하는 검찰과 법에 따라 유무죄를 판결하는 판사들의 권위가 지금처럼 추락한 적이 있을까 싶다. 
독재정권에서는 겁이 나서 정권의 입맛에 맞춰 집행하고 판결했다고 하지만 자율과 독립이 그 어느 때보다 보장된 정권임에도 검찰과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이렇게 떨어지는 까닭은 무엇인가? 법을 집행하고 판결하는 자들의 자질에 심각한 하자가 있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이에 주제 넘지만 역사가 사마천이 말하는 법의 정신, 법집행에 따른 자기성찰, 법과 통치의 함수관계 등과 같은 본질적인 문제를 두 차례에 걸쳐 이 자들에게 들려주고자 한다.

법이 통치의 수단이나 도구가 되긴 하지만 인간의 선악과 공직의 청탁을 가늠하거나 결정하는 근본적인 도구는 될 수 없다. 가혹한 법조문을 갖추고도 통치 효과를 제대로 거두지 못했던 진秦나라는 통일후 15년만에 망했고 한 무제는 피라미 한마리 빠져나가지 못할 정도로 치밀한 법망을 가지고도 범법을 막지 못했다. 그래서 사마천은 이렇게 말한다.
“법령이 정치의 도구이기는 하나 백성들의 선악과 청탁을 다스리는 근본적인 제도는 아니다. 과거 천하의 법망이 그 어느 때보다 치밀했던 적이 있다. 그러나 백성들의 간교함과 거짓은 도리어 더 악랄해졌다. 법에 걸리는 관리들과 법망에서 빠져나가려는 백성들과의 혼란이 손쓸 수 없을 만큼 극에 달하자 결국 관리들은 책임을 회피하고 백성들은 법망을 뚫어 나라를 망할 지경으로 끌고 갔다. 당시 관리들은 타는 불은 그대로 둔 채 끓는 물만 식히려는 방식의 정치를 했으니 준엄하고 혹독한 수단을 쓰지 않고 어찌 그 임무를 감당할 수 있었겠는가!”(권122 <혹리열전>)
또 법의 기능과 이를 집행하는 관리들의 바른 자세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법령이란 백성을 선도하기 위함이고 형벌이란 간교한 자를 처단하기 위함이다. 법문과 집행이 잘 갖춰져 있지 않으면 착한 백성들은 두려워한다. 그러나 자신의 몸을 잘 수양한 사람이 관직에 오르면 문란한 적이 없다. 직분을 다하고 이치를 따르는 것 또한 다스림이라 할 수 있다. 어찌 위엄만으로 되겠는가?”(권119 <순리열전> 중 사마천의 논평) 

법을 집행하는 공직자가 사사로운 욕심에 물들지 않고 공공의 이익을 위해 법을 받들면 법의 근본적인 기능이 제대로 행사될 수 있다는 말이다. 사마천이 말하는 법 정신의 요점은 조문 자체의 엄격함이나 치밀함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집행하는 공직자의 처신이 법조문을 가혹하게도, 너그럽게도 만들 수 있다는데 있다. 
법을 집행하는 자가 법을 지킬 의지가 없다면 법조문은 아무리 많고 지독해도 소용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진나라의 법전을 철저하게 정비한 개혁가 상앙은 “법이 지켜지지 않는 것은 위에서 법을 어기기 때문이다.”(법지불행자상범야法之不行自上犯也)(<상군열전>)라고 단언했다. 

 

법은 강제력이지만 그것이 철두철미 공평무사하게 집행된다면 통치와 백성들의 거리를 가깝게 만드는 소통의 수단이 될 수 있다. 법도 어디까지나 인간 사유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사마천은 완벽에 가까운 법체계를 갖추고도 진나라가 일찍 망한 가장 큰 원인으로 ‘막힌 언로’를 꼽았다. 
요컨대 법을 집행하는 자가 백성들의 목소리와 그들의 아픔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고 그저 가혹하게만 굴었다는 것인데 이는 법 집행에 있어서 유연한 융통성의 필요성을 함께 지적한 것이다. 

김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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