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공을 가로채는 자들에게
남의 공을 가로채는 자들에게
  • 영광21
  • 승인 2020.12.11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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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마천의 편지⑬
자기수양과 처세에 관한 격언집으로 《채근담》과 함께 쌍벽을 이루는 《격언연벽》
자기수양과 처세에 관한 격언집으로 《채근담》과 함께 쌍벽을 이루는 《격언연벽》

일은 아래에서 다 하고 공은 위가 가로챈다’는 말이 있다. 
우리 사회 어느 방면, 어느 조직을 막론하고 대통령상을 타고, 장관상을 타는 자들은 대부분 자리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다. 우리 리더들은 공을 아래로 돌릴 줄 모른다는 뜻이다. 
이런 일은 심지어 교육 현장에서도 비일비재하다. 학부모의 부와 권력으로 상이 결정되는 경우가 태반이기 때문이다. 

둥국의 전통적인 리더십 항목에 리더라면 반드시 갖춰야 덕목으로 ‘위공委功’과 ‘남과攬過’라는 것이 있다. ‘위공’이란 ‘공은 (다른 사람에게) 미룬다’는 뜻이다. 즉, 아래에서 힘들게 일한 사람들에게 공을 돌리라는 말이다. ‘남과’는 ‘잘못은 (자신이) 끌어 안는다’는 뜻이다. 
아랫사람이 잘못을 했어도 책임을 지는 자리에 있는 리더가 그 잘못을 기꺼이 짊어지라는 말이다. 
그런데 우리 리더들은 이와는 반대로 공을 자신이 차지하고(남공攬功), 잘못은 아래로 미루기(위과委過) 일쑤다. 이러니 리더에 대한 신뢰와 충성이 바닥일 수밖에 없다. 
명나라 때 사람 홍응명洪應明이 편찬한 《채근담菜根譚》에 이런 대목이 있다.
“개세공로蓋世功勞, 당부득일개‘긍’자當不得一個‘矜’字, 미천죄악彌天罪惡, 최난득일개‘회’자最難得一個‘悔’字.”
“세상에 둘도 없는 공을 세웠어도 ‘잘난 척’하지 않아야 하며 천하에 큰 죄를 지었으면 ‘뉘우치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또 청나라 때 사람 김영金纓이 지은 《격언연벽格言聯壁》 <지궁持躬> 편에도 “잘못을 미루고 공을 가로채는 짓은 소인배들이 하는 짓이고 죄를 덮고 공을 떠벌리는 것은 보통사람이 하는 일이며 양보의 미덕으로 공을 다른 사람에게 돌리는 것은 군자의 일이다”라는 대목이 보인다. 
《채근담》이나 《격언연벽》 모두 영락없이 사회 각계각층의 리더들을 향한 따끔한 일침이다. 잘못을 남에게 미루고 공은 자기가 가로채는 소인배들이 넘쳐 나는 세상이다. 좋지 않은 일을 저질러 타인에게 미안한 결과를 초래했다면 뉘우쳐야 마땅하다. 

이는 양심의 발견이자 양지良知를 잃지 않았다는 것이다. ‘양지’(conscience)란 타고난 본연으로 배우지 않아도 얻는 지혜나 생각하지 않아도 아는 것을 말한다. 
《맹자》 <진심盡心> 상편에 보면 “사람이 배우지 않아도 할 수 있는 것을 양능良能이라 하고 생각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을 양지良知라 한다”고 했다. 말하자면 인간이라는 고등동물만이 가지는 선량한 본능이다. 
그리고 바로 여기서 스스로 사전에 잘못을 통제하고 잘못했으면 바로 뉘우치는 ‘도덕의 자율’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도덕의 자율을 상실한 사회는 병이 든 사회다. 자신의 언행을 돌이켜 보고 부끄러운 짓은 하지 않았는지 맹렬히 반성할 일이다. 
자신의 잘못을 알고 부끄러워할 줄 알면 타인의 잘못(실수), 특히 자신과 관련된 타인의 잘못을 끌어안는 ‘남과攬過’의 미덕을 발휘하게 되고 이것이 그를 더 큰 사람으로 성장하게 만든다. 그러기 위해서는 ‘남과’는 고사하고 남의 공을 가로채는 일부터 먼저 사라져야 한다.

영광군, 사마천 사기 대가 김영수교수 초청 인문학 강좌 김영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