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관심이 ‘여성폭력없는’ 일상을 지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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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광21
  • 승인 2021.11.25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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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미니카 반독재 항거로부터 비롯된 암살사건이 시초 
1991년부터 11월25일 ~ 12월10일 세계 여성폭력 추방기간

 

세계 여성폭력 추방기간을 맞아

1960년 11월25일 도미니카공화국에 있는 사탕수수 밭에서 세자매가 잔인하게 암살당했다. 이들은 도미니카의 악명 높은 독재자 라파엘 트루히요의 부패와 불의에 대해 끈질기게 항거했던 미라발 집안의 자매들이었다. 이 세자매의 죽음은 독재자에 대한 국제적 규탄의 불씨가 됐으며 그로 인해 폭력으로 지배했던 독재자와 그 정권은 막을 내리게 됐다. 
1981년 라틴 아메리카의 여성들이 세자매를 추모하기 위해 그녀들이 살해당한 11월25일을 ‘세계 여성폭력 추방의 날’로 정했다. 이후 1991년 여성폭력추방을 위해 활동하는 세계 각국의 여성운동가 23명이 11월25일부터 12월10일까지를 ‘세계 여성폭력 추방기간’으로 정했다.

유엔 인정한 세계 여성폭력 추방의 날
각국의 여성들은 이 기간 동안 여성에 대한 모든 폭력을 추방하기 위해 활동하며 전세계가 이에 동참해주기를 호소했고 1999년 12월17일 미라발 자매들의 죽음 이후 거의 40년 만에 유엔 총회에서는 ‘세계 여성폭력 추방의 날’을 공식 인정했다. 
유엔은 ‘왜 세계 여성폭력 추방의 날인가’에 대해 “여성에 대한 폭력은 인권침해이다. 그것은 법적 그리고 실제적인 여성차별의 결과며 남성과 여성 사이의 계속된 불평등의 결과다. 여성에 대한 폭력은 세계적 유행병이지만 예방할 수 있고 예방은 매우 중요하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여성폭력 추방에 대한 지속적인 활동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 폭력은 멈춰지지 않고 있다.
지구촌 곳곳에서 단지 여자라는 이유로 여아살해, 소녀할례, 아동결혼, 명예살인 등과 같은 형태로 폭력이 자행되고 있으며 전쟁과 같은 극한 상황에서 가장 약자인 여성들은 폭력에 대해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고 있다. 
유엔 보고서가 상기하듯 모든 사회에서 여성에 대한 폭력은 출생에서부터 노년에 이르기까지 여성의 생애주기 전반에 걸쳐 그리고 사적, 공적 공간 모두에서 일어난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여성 대상 폭력 위험수위 넘어
우리나라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어서 1990년대부터 여성폭력을 방지하고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다양한 특별법을 시행하고 있지만 권력형 성폭력, 데이트 폭력, 스토킹, 디지털 성범죄, 가정폭력 등 주로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폭력은 위험 수위를 넘어가고 있다. 이러한 여성에 대한 폭력은 여성차별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특히 최근 전세계적으로 확산된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재난은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가정폭력, 성폭력, 성매매 등 여성폭력을 더욱 심화시키는 계기가 됐다.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시행된 이동제한 조치에 의해 많은 여성들이 폭력적인 가해자와 한 공간 안에 머물러야 하는 폭력 상황에 노출됐으며 외부로 도움을 청할 창구마저 닫혀버려 폭력위협은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었다. 모두의 안전을 위해 취해진 조치가 오히려 여성에게는 가장 위험한 조치가 되어버린 것이다. 

코로나시대 여성폭력 유형 다양화돼
한국여성인권진흥원에서 발간한 <여성과 인권>에 따르면 코로나 팬데믹은 가정폭력 뿐 아니라 성폭력과 성매매 등 다른 여성폭력 유형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하고 있다. 거리두기로 인한 대면 접촉이 줄어들자 오히려 인터넷 사용 비중이 증가했고 이에 따른 온라인상 ‘여성폭력 괴롭힘’, ‘성착취물’ 검색이 현저히 늘어났다는 것이다.
폭력에 의해 여성이 목숨을 잃을 때마다 정부는 가해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과 피해자 지원체계 마련에 대해 약속하고 있다. 하지만 2021년 9월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가정폭력 검거 건수가 2019년에 비해 7.3배(5만277건), 성폭력 1.7배(3만3,171건), 불법 촬영 3.8배(1,654건 / 검거인원 중 남성94.1%), 데이트 폭력·스토킹이 1.4배(9,858건 및 581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폭력 개인의 문제 아닌 사회문제
각종 언론매체 등에서 보도된 폭행, 살해, 성폭력, 데이트 폭력·살해 등은 이러한 통계를 현실적으로 증명하고 있으며, 성폭력의 경우 피해자의 1% 정도만 신고를 하는 실정이다. 
가정폭력 피해자는 자녀를 위해 신고를 포기하고 불법촬영 피해자들은 재유포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그리고 데이트 폭력·스토킹의 경우 그에 마땅한 처벌이 어렵다는 것이 현실이다. 하여 어떤 이는 이러한 현실에 대해 ‘여성폭력을 용인하는 사회’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여성폭력은 피해자와 가해자 개인간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문제이며 가장 기본적인 인권에 관한 문제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더더욱 ‘세계 여성폭력 추방주간’이 매년 벌어지는 행사로만 끝나서는 안된다. 
여성에 대한 폭력이 근절되고 성평등과 개개인의 인권 회복을 위해서는 모든 폭력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과 법률 개선 그리고 정당한 법 집행이 필요하며 그에 대한 인식 또한 사회 전반적으로 확산돼 방임이 아닌 신고와 같은 사회공동체의 적극적인 개입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라고 본다.
송 현 희 
영광여성의전화 상담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