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장사가 13년에 걸쳐 쌓은 돌탑을 안고 있는 산

국립공원시리즈 27 - 치악산 2

2007-06-22     영광21
부곡리코스
부곡리는 선계(仙界)와 같은 분위기로 아침을 맞는다. 농촌으로만 보이던 마을은 어둠이 내리자 바깥세상과 단절된 하나의 소우주로 탈바꿈하고 만다. 다시 뒤집어보면 어둠이 걷힐 무렵에는 물안개가 산자락에 퍼지면서 마을은 신선들이나 사는 '선계'로 변신하고 만다.

어제 일행과 같이 강림면으로 들어와 안흥을 지나 냇가 옆으로 나있는 좁은 포장도로를 따라 도착한 곳은 부곡리마을이다. 부곡리는 산골이라기보다는 넉넉한 농촌고원처럼 넓은 평원이었다.

다음날 아침 8시 민박집을 출발해 시멘트포장 도로를 따라 100여m 오르자 골짜기가 발길을 멈추게 한다. 여기가 고둔치골 초입이다. '고은치골'이라고도 불리는 이 골짜기는 산막골, 원통골, 다리골 등 주능선에서 발원한 물줄기들이 모여서 이룬 아름다운 계곡이다.

초입의 산불감시 초소를 지나면서 산행길은 낙엽이 두텁게 덮여 있다. 우리가 갔던 날이 11월15일이라 단풍빛을 띤 낙엽이 여기저기 눈에 띄며 하늘은 코발트빛처럼 파랗고 곧게 뻗어있는 낙엽송은 금빛으로 물들어있다.

골짜기를 따라 10여분 오르다보니 무덤 몇 구가 있고 무덤을 지나 오른쪽 산길로 접어들면 치악산 정상 비로봉으로 곧장 오르는 길이다. 산길은 능선을 타고 넘어 지계곡으로 이어진다. 계곡 물줄기는 대부분 낙엽에 덮여있고 바람에 들썩이는 낙엽소리를 자장가 삼아 지칠줄 모르고 오르는 동료들의 모습이 오늘따라 씩씩하게만 느껴진다.

이어서 지능선 날등을 타고 1,004.5m봉에 올라서는 순간 차가운 바람이 가슴을 파고든다. "겨울이 오고 있구나" 하는 느낌을 주는 순간 내치악 능선등에 선다.

치악산 북으로 우리가 오르고 있는 끄트머리에 비로봉이 시루를 뒤집어 놓은 형상으로 우뚝 솟아있고 남으로는 치악산맥이 향로봉을 거쳐 남대봉으로 힘차게 내리닫고 있다.

마을안에서도 그런 느낌을 받았지만 산위에서 내려다 보이는 부곡리는 역시 아늑하다. 주능선과 지능선들이 수없이 서쪽을 향해 부채살처럼 펼쳐지고 그 지능선들이 납작 엎드린 곳에 부곡리가 들어 앉아있다.

부곡리는 이름 그대로 가마솥 분화구 같은 모습이다. 1,004.5m봉을 지나 두번째 헬기장을 지나면서 산행길은 가팔라진다. 비로봉 오름길이다. 여기부터는 간간이 '야호' 소리도 들려온다. 치악산은 평일에도 유명세를 톡톡히 치르고 있는가보다.

비로봉으로 오르는 사이 남대봉으로 뻗어내린 능선이 솟구친다. 봉우리마다 날카로우면서도 여인네의 젖가슴처럼 따스하게 느껴지는 치악산 주능선이 아름답다. 이렇게 강함과 부드러움을 모두 지니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어서 치악산을 상징하는 돌탑 3개가 보인다. 3분의 2쯤 허물어진 신선탑을 기준으로 서쪽의 탑을 용왕탑, 북동쪽의 탑을 칠성탑이라 부르고 있다. 세탑을 모아서 미륵탑이라 부르고 있는 석탑은 원주시에서 빵장사를 하던 고 용창중(일명 진수)씨가 신의 계시를 받아 1962년부터 13년의 노력 끝에 쌓아올린 것이라 전한다.

비로봉 정상은 역시 조망 또한 압권이다. 비로봉에서 사방을 돌아보면 천지봉(1,087m)을 거쳐 매화산(1,084m)로 뻗은 북능은 마치 비로봉을 향해 힘차게 달려오고 있는 기세고 삿갓봉 사자산 백덕산 오봉산 청태산 등 영월과 평창 일원의 산들은 파도가 거세게 일렁이는 듯하다.

하산은 다리골을 거쳐 고둔치골을 지나 부곡리 회귀산행으로 결정한다.

<산행코스>
부곡리~입산통제소~고둔치삼거리~1,004.5m봉~헬기장~비로봉 정상~입석사 삼거리~촛대바위~삼형제바위~원통골 삼거리~고둔치골~부곡리~회귀산행 : 약 6시간~7시간 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