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자 만들어 매개물 이용해 번식

백용인의 난과의 만남 41 - 종자들의 생명여행

2007-07-05     영광21
인간이 자식을 낳아 번성하듯 식물 또한 종자를 만들어 번식한다. 그러나 식물은 스스로 이동할 수 없기 때문에 자식을 인간이나 동물처럼 하나 둘 낳는 것이 아니라 매해 수백에서 심지어는 수백만개의 종자를 생산하며, 이들은 여행을 한다. 바로 생명의 여행인 것이다.

만약 식물체가 스스로 종자를 만든 다음 그 종자를 자기 발밑에만 떨어뜨린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진화론적 관점에서 보면 종자가 자라기 시작하면 공간, 물, 영양분, 햇볕에 대해 서로 경쟁을 하게 되며, 어린 식물들의 이러한 상호경쟁은 결국 죽음과 결핍증을 초래하고 만다.

실제로 한 지역에는 많은 식물을 자라게 할 자원이 풍부하지 못하다. 종자를 멀리 보내는 것만이 같은 종내의 심각한 경쟁을 감소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또한 이러한 산포는 종자를 널리 퍼뜨림으로써 본래의 조건보다 오히려 좋은 환경으로 인도할 수도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많은 식물들은 특이한 형태의 과실이나 종자를 생산해 특별한 전파방식을 갖고 있다고 생각해 볼 수 있다. 과연 이것만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유일한 과학적 해답일까?

대부분의 식물들은 그들 스스로 종자를 산포하는 대신 바람, 물, 동물, 심지어 인간까지도 매개물로 이용한다. 예를 들어 아메리카 풍년화의 낭(囊)은 건조해짐에 따라 낭이 폭발적으로 터져서 종자가 12m 이상을 날아가 흩어진다.

봉숭아의 종자들도 마찬가지다. 왜성겨우살이는 사람이나 짐승 같은 항온동물이 가까이 왔을 때 그 열에 반응해 종자를 격렬하게 산포하며, 그 힘이 너무 세어 동물의 표피에 맞으면 자국을 남기기도 한다. 난과(蘭科)와 석남과(石南科)의 식물은 먼지 무게 정도로 가볍고 미세한 종자를 생산해 바람에 의해 널리 이동된다.

단풍나무과는 구부러진 날개를 가지고 있어서 나무에서 떨어질 때 돌면서 떨어진다. 바람이 세차게 불 때는 종자가 빙글빙글 돌면서 10km까지 날아간다.

우리가 흔히 아는 민들레도 자세히 조사하면 놀랍기 짝이 없다. 작은 과실은 깃털을 가져 낙하산같이 이동된다. 만약 공중 수분도가 높거나 비가 많이 오면 과실은 이동될 수 없기 때문에 스스로 깃털을 접어둔다. 그 후 날씨가 맑아 건조해지면 과실은 다시 깃털을 활짝 펴서 가는 바람에도 날아가게 되는 것이다.

한편 잡초의 일종인 텀블워드는 가을철에 일정하게 자라 종자가 어느 정도 성숙하면 밑둥지가 바람에 의해 부러지고, 그 때부터 바람에 의해 구르며 긴 여행을 시작한다.

여행중 어떤 물체에 부딪힐 때마다 종자를 흩뿌리는 것이다. 어떤 과실은 특히 바다의 해류에 의한 여행에 적합하게 만들어졌는데 이들중 가장 두드러진 것이 코코넛이다.

이 코코넛은 바닷물에 떠서 수년에 걸려 수백 킬로미터를 이동하기도 한다. 열대 바다에 새로 생긴 환초에서 어김없이 코코넛이 자생하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