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재벌에겐 남다른 구석이 있었다
데스크 칼럼
2007-07-12 영광21
재판부는 김승연 피고인이 대기업 총수의 지위를 이용해 조직적으로 사적 폭행을 감행했고, 수사 초기에는 범행을 부인하다가 구속을 앞두고 공소사실을 일부 시인한 뒤 흉기 사용여부 등에 대하여는 계속 부인하는 등 진술이 일관되지 못한 점을 지적하고, 피고인이 야간에 인적이 드문 공사장에서 무방비 상태에 있던 피해자들을 폭행했다는 점에서 이 사건이 매우 위험성이 큰 범행에 해당하지만 한편으로 피해자와 합의가 이루어진 점 등을 고려해 위와 같이 선고했다고 하였다.
그러나 여러모로 생각해봐도 이번 판결이 어쩐지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어떠한 경우에도 사적인 보복행위를 금지하는 법정신을 어기고 자신이 가진 우월한 위치를 이용해서 보복활극을 저지른 자에게 내려진 판결치고는 너무 약하다는 것이다.
또 범행이 밝혀진 후에도 일관되게 부인만 하다가 증거가 하나씩 드러나자 어쩔 수 없이 인정한 것을 보면 애초에 자신이 저지른 범법행위가 얼마나 가증스러운 것인지 반성하는 기미는 아예 찾아볼 수 없고, 오히려 법체계를 금력으로 좌우하겠다는 너절하고 더러운 심보를 드러내 보였던 그간의 행적을 생각할 때 지나치게 낮은 형량이라고 하겠다.
법원의 실형 언도에 대해 한화나 김승연 회장측에서는 몹시 당혹해 한다는 언론의 보도가 있었지만 필자의 견해로는 '재벌 봐주기'에 해당하는 판결이라고 본다.
그 예로써 만일 일반인들이 김승연 회장처럼 심야에 2명 이상의 다수가 흉기를 소지하고 그런 일을 저질렀다면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에 의해 적어도 3년 이상의 실형을 받아야 하고,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을 적용한다면 훨씬 많은 형량에 처해졌을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년6월이라니 당황스럽고 '유전무죄'라는 말을 실감하지 않을 수 없다. 검찰은 애초부터 이 사건을 우발적인 사건으로 판단하고 수사 및 기소를 했던 것이지만 법원은 이 사건이 우발적인 것이 아니라 조직적이라고 못박았다.
쇠파이프나 전기충격기를 사용한 폭행 등 변호인과 사실관계를 다툰 부분에서 법원이 검찰측 주장을 모두 받아들여 징역 1년6월을 선고한 점을 고려할 때 김승연 회장에 대한 검찰의 구형량이 터무니없다는 점이다.
선고가 있던 날 김승연 회장측에서는 집행유예로 풀려날 것을 염두에 두고 양복까지 준비했다가 실형이 내려지는 바람에 당혹스러운 표정이 역력했다고 한다.
그만큼 재벌이라는 위치가 법의 적용에서 예외라는 것을 그들은 너무나 잘 알고 있었을 것이고, 전례에 비추어서 응당 집행유예가 내려질 것으로 생각한 탓에 벌어진 촌극일 것이다.
지금까지 법이 얼마나 그 잣대가 구부러지고 얼마나 위선적인 적용으로 법치의 근간을 사법기관 스스로가 무너뜨려 왔는지 정확하게 보여주는 순간이다.
물론 재벌이라고 남보다 모진 법적용을 받아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으나 애초부터 재벌이라는 사회적 위치가 법적용의 기준부터 왜곡되게 한 것이라면 유감천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