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 검증은 국가정보원의 몫이 아니다
데스크 칼럼
2007-07-19 영광21
이 논란은 국정원 직원이 지난해 한나라당 이명박 경선 후보 친인척의 부동산 관련 자료를 열람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비롯됐다.
한나라당은 국정원이 특별팀까지 만들어 야당 후보들을 뒷조사한 것이 드러났다며 공세에 나섰고 국정원은 공직자 부동산 투기 관련 정보를 수집하다 발생한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래서 검찰 수사로 의혹이 확실히 풀리기 전에는 어느 주장이 맞는지 알 길은 없다. 다만 국정원의 주장 가운데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우선 공직자의 부패나 투기 정보 수집이 적법한 직무 범위에 해당된다는 주장이다. 국정원은 국가 안보의 개념이 확대돼 경제, 통상 분야는 물론 비리, 부패 관련 첩보 수집도 정보기관의 통상적 업무 영역에 해당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세계화와 국제 테러 단체의 출현 등 환경 변화로 국가 안보 개념이 변한 것은 맞다. 그러나 부정부패는 감사원과 부패방지위원회, 검찰, 경찰만 나서도 충분한 일이다. 국정원이 이 일에 끼어드는 것이 국가 안보와 어떤 연관이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국정원이 해야 할 일은 국가 안보와 직결된 국외 정보나 대공, 대 테러 첩보를 수집하고 대응하는 것이다. 국정원법 3조가 이런 직무 범위를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그래서 국정원이 임의대로 국가 안보의 개념을 확장할 여지가 많지 않다.
두 번째는 열람한 부동산 거래 내역이 상부에 보고되거나 외부로 유출된 적이 없다는 주장이다. 이미 시중에 나돌고 있는 이명박 후보 처남의 부동산 거래 내용은 민간 기관이나 개인이 얻을 수 있는 수준을 훨씬 넘어섰다.
누가 보아도 정부 자료가 유출됐다고 믿을 수밖에 없을 정도로 상세하다. 이러니 외부 유출이 없다는 국정원의 주장이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국가의 중대사인 만큼 대선 후보 검증 절차는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검증은 소속 정당과 언론이 할 일이지 국가 정보기관이 개입할 일이 결코 아니다.
직원 개인의 소행이든 조직적 행위이든 정보기관이 야당 후보에 대해 뒷조사한 것 자체가 아무리 아니라고 외쳐도 이미 정치 개입의 소지를 안고 있다.
국정원은 시대를 거스르는 이번 사건을 정치 공작 시비에서 벗어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그런 만큼 사건의 진상을 낱낱이 밝히고 잘못된 것이 있으면 바로 잡는데 한 치의 주저함도 없어야 한다. 정부기관 특히 정보기관의 선거개입은 국민들의 자유로운 선택권을 침해하는 반민주적 행위이기 때문에 반드시 청산되어야 한다.
아닌 말로 '게나 고동'이 모두 대통령에 출마하겠다고 나서고 있고, "망둥이가 뛰니까 꼴뚜기도 뛴다"는 격으로 지지율이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인사들까지 전부 대선 후보 대열에 가세하고 있어서 기가 막히게 혼잡한 현실 앞에서 정부의 정보기관은 그 어느때보다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