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묘후 갓난아이 죽음과 명당
왕자터 명당<법성면>
2003-05-16 영광21
하루는 밭에서 김을 메고 있는데 지나가던 스님이 물을 청하므로 그 부인이 일을 멈추고 밭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샘에 가서 물을 떠다 주었다.
이 스님은 모든 사람이 중을 괄시하는 세상에서 인정 많은 부부를 만났다며, 내가 자리를 보아하니 이 밭 가운데에 묘를 쓰면 자손 중에 큰 인물이 날 것이라며 떠났다.
이 전씨 부부는 스님이 일러준 대로 그의 아버지 묘를 이 밭 가운데 썼다. 묘를 쓰고 곧 아들을 낳았다. 이 아이는 낳은 뒤 혼자두면 잘 놀지만 사람이 있으면 우는 버릇이 있었다.
전씨 부부는 들에 나가며 이웃 노파에게 아기가 우나 돌봐 달라고 부탁했다. 오래 되어도 아기가 울지 않았으므로 노파는 가만히 문틈으로 잠자나 그 거동을 살펴봤다.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인가? 갓난아기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윗목 그릇에 있는 좁쌀 한 줌을 움켜쥐더니 방아에 휙 뿌리는데 그 좁쌀이 모두 병사로 변했다. 아기는 겨드랑이 깃을 날리며 좁쌀 병사를 이끌고 병정놀이를 했다.
깜짝 놀란 이 노파는 전씨 부부가 돌아오자 이 얘기를 하고 앞으로 큰 일을 저지를 아기라 했으므로 밭에 있는 그의 아버지 묘를 파 버렸다. 묘를 파자마자 아기가 죽고 그 묘에서는 김이 황소모양으로 피어오르다 사그라졌다고 한다.
이 자리는 훗날 지관들이 왕자터라 부르기 시작했다. 이 명당을 김씨들이 사서 묘를 쓰고 면장이 나고 그 두 아우는 미국에 가서 잘 되었다고 한다.